감동을 주는 시 교육은 가능한가. 우리 나라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는 시는 학생들의 정서적 성장을 기대한다는 이유로 문학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출간된 계간지 '시평' 겨울호는 김주환 서울 장위중 국어교사의 '감동을 주는 시 교육은 가능한가', 이승복 홍익대 국어교육학 교수의 '중학교 교과서 수록 시의 선정 문제'란 제목의 글을 통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이 거세된 이상적인 순수세계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수성의 세계"라고 주장했다. 김 교사에 따르면 현행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시는 대부분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도덕적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여기에는 시란 '순수하고 아름다운 무엇'이라는 고정관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안도현 시인의 시 '연탄 한 장'처럼 현실에 바탕을 둔 감동적인 시를 좋아하지만 교과서는 이런 시들을 외면하고, 보다 교훈적인 '우리가 눈발이라면'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또 중1 교과서의 첫 시작품인 김지하의 '새봄'을 예로 들며, 시 선택이 학생들의 연령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는 이 시는 중1 수준에서는 공감과 감동을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 김 교사의 판단이다.
이 교수 역시 교과서 수록 시작품들이 "시 일반은 물론 한국 시에 대한 최종 목표 그리고 이들 교육이 지향해야 할 마땅한 과정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선정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땅히 다루어져야 할 논제로 ▲시 학습의 목표 재고, 특히 한국 시에 대한 학습목표 고려 ▲시를 대상으로 하는 학습과 시를 통한 학습 사이의 구분 ▲시와 주변학문과의 관계 또는 시 학습의 방식에 있어 유관한 영역과의 접점 등에 대한 새로운 모색 도출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