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과 인솨하기. 철쑤눈 하껴에 가쑴당. 운덩장에 쌔임이 계셨숨당. 철쑤눈 언넝 쌔임께로 텨가 인솨를 했숨당. "쌔임, 안뉴ㅇ~? -_-" 임더 빵갑게 인솨했슴다. "철쑤 떠샤?~" 거때 영휘가 철쑤와 임이 있는 쪄그러 거러가쑴당. 철쑤와 영휘는 방갑께 인솨를 나누었슴당. "철수 할라당발라당살라당 ^^*" "영희 빵까루~"…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2015년 국어교과서 내용'이라는 유머중의 일부입니다. 외래어에 의한 우리말의 오염,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인성이나 가치관형성 등에 적절치 않은 내용이 심심찮게 국어 교과서에 발견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2015년 우리는 국어 교과서에서 '제1과 인솨하기'를 실제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국어교과서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범해지고 있는 지, 최근 지적된 오류들을 용례 별로 분석해본다.
#영어 전치사에서 한문, 일어 번역투까지
국어 교과서에는 한문과 일본어 번역투에 비해 영어 번역투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전치사구의 전이가 가장 빈번하다. 경남대 김정우 교수가 '배달말'에 기고한 '국어 교과서의 외국어 번역투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초중고 국어 교과서 51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 사람으로부터 잘잘못을 들은 다음(중학 생활국어 2-2 103쪽) ▲누나와 나는 할머니로부터 무섭게 지청구를 먹어가며(중학 국어 2-1 146쪽) ▲웃음의 유일한 기능은 '긴장으로부터의 해방'이다(초등 읽기 6-1 97쪽) 등의 문장에서는 시원(始原)을 나타내는 영어 전치사 '프롬(from)'의 흔적이 보인다. 각각 △그 사람에게(서) △할머니에게(서) △'긴장에서 벗어나는 해방'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변형의 멋도 선보이고(중학 국어 1-2 170쪽)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중학 국어 1-2 232쪽) 등의 문장은 영어 전치사 'through'를 번역한 것이고 ▲문자 언어는 필요에 의해서 오랜 기간을(중학 국어 1-1 213쪽) ▲제일 긴 그 다리가 폭격에 의해 아깝게 끊어진 뒤로는(중학 국어 2-1 143쪽) 등의 문장은 전치사 'by'를 번역한 흔적이 짙다고 분석했다. 역시 △이번 기회에 △소설 속에서 △필요에 따라 △폭격으로 등으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김 교수는 이외에도 영어의 소유 구문을 나타내는 동사 'have'가 그대로 번역된 듯한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고등 국어 상 84쪽), 수동태 구문 형식이 그대로 드러난 '아이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창작된 놀이'(중학 생활국어 2-2 91쪽) 등의 문장도 영어 번역투 문장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를 '사랑하는 처자가 있는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창작한 놀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소리로 인해 고통받는 내 심정'(중학 국어 2-1 27쪽), '그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중학 국어 1-1 134쪽) 등에서는 한문의 기능어 '인(因)'과 '사(使)'의 자취를 읽어낼 수 있다면서 이를 각각 '소리로 고통받는 내 심정', '그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으로 수정했다. 이밖에 일본어 번역투로는 '닫혀진 약국'(중학 국어 1-2 36쪽), '잘리어진 나이테'(고등 국어 상 29쪽), '이 글이 잘 짜여졌는지'(고등국어 상 181쪽) 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닫힌' '잘린' '짜였는지'로 써야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모국어의 자연스러운 문장 규칙을 깨뜨리는 수동적인 번역투 문장을 쓰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언어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국어 교과서는 여러 가지 기준에서 '모범적'인 문장을 구사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맞춤법, 띄어쓰기 오류만 1000여 건
최근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가 발간한 '중학교 국어교과서 오류실태 분석'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 1·2학기, 2학년 1·2학기 등 모두 4권의 교과서에 △맞춤법, 표준어규정 오류 81건 △띄어쓰기 오류 526건 △문장부호 및 형식오류 28건 △부적합한 낱말사용 40건 △어법에 어긋난 표현 73건 △논리, 내용이 어색한 표현 34건 등 모두 793건의 잘못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또 아라비아숫자와 단위명사의 띄어쓰기 오류도 수백 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중학교 1학년 2학기 교과서 78 80 81쪽의 '평양 감사'는 조선시대 행정구역상 '평안 감사' 또는 '평양 부사'가 맞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194쪽 '몸뚱아리'는 표준어 '몸뚱어리'를 써야 하고, 73쪽 '백발 백중'은 한자성어이므로 '백발백중'으로 붙여써야 하는데 띄어썼다. 이밖에 2학년 2학기 교과서 56쪽에서는 '뾰조록하니'가 '뽀조록하니'로 표기되고, 불교용어 '십대왕(十大王)'의 한자가 96쪽에서 '十代王'으로 오기된 것을 비롯해 '우루루'(우르르의 오기), '아뿔사'(아뿔싸의 오기), '세익스피어'(셰익스피어의 오기), '혼자말'(혼잣말의 오기) 등 한글맞춤법이나 외래어표기법에 틀린 단어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국정교과서의 이 같은 부실은 편수담당자 한사람이 한 두 달만에 평균 32권을 검수하는 인력 및 절차상 문제점 때문인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외국어 교과서의 경우 독일어 담당자가 아랍어까지 감수하고 있으며 화학 담당자가 물리를, 가사·실업 담당자가 생물을 맡는 사례도 있어 원천적으로 내용 감수는 물론 오·탈자 감수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국정교과서 편찬비용은 검인정교과서 편찬비용의 17.5% 수준인 평균 3500만원에 불과해, 발간 뒤 오류 수정을 위한 검수 예산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현재의 편수인력 및 예산으로는 방대한 양의 교과서 편찬작업을 제대로 관리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정서, 가치관 형성에 좋지 않은 표현도
희곡 작가이자 아동 교육 전문가인 정순열 씨가 초등 국어 교과서 내용의 일부가 어린이들의 바른 정서나 가치관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 지난해 화제를 모았다.
정씨는 지난해 5월부터 청와대와 광주시교육청 등의 홈페이지에 국어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 30여 곳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엄마, 교과서가 잘못됐어요'란 제목의 이 시리즈는 특히 인성 논리 원칙의 차원에서 일리 있는 비판으로 공감을 얻고있다.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84쪽의 경우, 경호라는 어린이가 사촌 형 윤호에게 "형은 장난감이 많으니까 이 비행기 나 줘."라는 부분을 "남의 것을 달라고 억지를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비행기 나 빌려 주면 안 돼"라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또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68쪽에 나오는 노루 토끼 두꺼비가 서로나이를 자랑하며 음식을 먼저 먹겠다고 말다툼하는 우화를 두고, "셋이 똑같이 나눠 먹도록 하는 내용으로 바꿔야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4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80쪽의 아버지 말을 듣지 않고 반대로만 행동하던 아들이 끝내 목숨을 잃고 만다는 내용을 담은 '반대로만 하는 아들'에 대해서는 "억지 비유 탓에 황당한 내용이 되고, 공포 분위기만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cafe.daum.net/greatthink)까지 개설한 정씨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일생 동안 공부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작은 잘못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학부모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교과서 개정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