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책을 도서관에서 처음 보았을 때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는 동시대 사람으로 참 충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만 보면 그저 좋은 사람이 저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저희 선생이 책을 좋아하는 줄 아는 까닭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제가 다 읽은 줄 압니다. 제가 읽지 않은 책이 없는 줄 압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호호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정리를 잘 하지 못해 널려있는 책으로 집이 어지럽다고 타박을 받습니다. 늘 읽어야할 책은 많은 데 시간은 부족하고 이런 날들이 매일 이어집니다. 대단한 독서가는 아닙니다만, 저 역시 책이 인생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장석주 작가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일본 메이지 대학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의 말을 인용해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고 책읽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책을 만나고 그 책 속에서 길을 제시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진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안개 속에서도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 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책읽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읽은 것들이 나의 우주를 만든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누구도 자기의 우주 바깥으로 나가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자기가 만든 우주 안에서만 숨 쉬고 생각하며 살 수 있어요.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우주의 경계를 더 넓게 밀어 가며 확장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의 우주가 넓어지면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지니 자유로워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나는 책읽기를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22P
책읽기는 타자라는 거울을 빌려서 자기를 비춰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자기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지요. 또 새로운 것과 접속을 하고 자기 삶에 대한 쇄신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책읽기를 통해 자기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 갑니다. 또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타주의적인 삶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책읽기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51P
그는 책읽기가 우리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삶이 어떻게 늘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을까요? 그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을 견디는 것이지요. 그가 쓴 시 ‘대추 한 알’은 그것을 말합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 안에 무서리 내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이런 날들이 지나는 것이 대추 한 알 붉어지는 삶이고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 삶의 한 시절을 책과 함께 할 수 있으면 그 삶이 더 풍요롭고 어딘가 믿고 의지할 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것과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새 아까시 나무의 꽃들이 말라서 바람에 날립니다. 봄의 향기로움의 절정에 있던 꽃은 바랜 꽃잎들을 바람결에 날려 보내고 그 자리에 여름을 대비할 것입니다. 저 나무처럼 미련스럽게 잡고 있던 욕심이 있다면 그저 바람 끝에 매달아 보내고 싱그러운 첫여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장석주 지음, 샘터,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