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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읽기

내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마을 언저리를 장식하는 보리밭이 누릇누릇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색입니다. 초록과 노랑의 중간이 되는 보리밭은 묘하게 인생의 경계에 선 사람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까요.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보리밭은 삶을 깊게 이해하는 따뜻하고 익숙한 충만이 좋습니다. 초록의 빳빳한 청보리밭은 싱그러움이 넘치지요. 초록이 넘쳐 이제는 내면을 익혀야 하는 시간으로 접어드는 시간이 되면 까슬까슬한 보리이삭 끝자락은 따뜻하고 푹 익은 노랑으로 사르르 물들기 시작합니다. 젊음과 노년의 경계입니다. ^^

 

장석주의 책을 도서관에서 처음 보았을 때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는 동시대 사람으로 참 충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만 보면 그저 좋은 사람이 저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저희 선생이 책을 좋아하는 줄 아는 까닭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제가 다 읽은 줄 압니다. 제가 읽지 않은 책이 없는 줄 압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호호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정리를 잘 하지 못해 널려있는 책으로 집이 어지럽다고 타박을 받습니다. 늘 읽어야할 책은 많은 데 시간은 부족하고 이런 날들이 매일 이어집니다. 대단한 독서가는 아닙니다만, 저 역시 책이 인생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장석주 작가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일본 메이지 대학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의 말을 인용해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책읽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책을 만나고 그 책 속에서 길을 제시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진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안개 속에서도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 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책읽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읽은 것들이 나의 우주를 만든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누구도 자기의 우주 바깥으로 나가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자기가 만든 우주 안에서만 숨 쉬고 생각하며 살 수 있어요.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우주의 경계를 더 넓게 밀어 가며 확장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의 우주가 넓어지면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지니 자유로워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나는 책읽기를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22P

 

책읽기는 타자라는 거울을 빌려서 자기를 비춰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자기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지요. 또 새로운 것과 접속을 하고 자기 삶에 대한 쇄신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책읽기를 통해 자기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 갑니다. 또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타주의적인 삶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책읽기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51P

 

그는 책읽기가 우리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삶이 어떻게 늘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을까요? 그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을 견디는 것이지요. 그가 쓴 시 대추 한 알은 그것을 말합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 안에 무서리 내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이런 날들이 지나는 것이 대추 한 알 붉어지는 삶이고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 삶의 한 시절을 책과 함께 할 수 있으면 그 삶이 더 풍요롭고 어딘가 믿고 의지할 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것과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새 아까시 나무의 꽃들이 말라서 바람에 날립니다. 봄의 향기로움의 절정에 있던 꽃은 바랜 꽃잎들을 바람결에 날려 보내고 그 자리에 여름을 대비할 것입니다. 저 나무처럼 미련스럽게 잡고 있던 욕심이 있다면 그저 바람 끝에 매달아 보내고 싱그러운 첫여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장석주 지음, 샘터,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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