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자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바로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와 (재)수원그린트러스트가 주관하는 텃밭강좌 안내다. 주제는 ‘도시농업과 공원텃밭’. 참석할까 말까? 이럴 때는 스스로 나를 돌아본다. 내가 누군가? 수원시로부터 공원텃밭을 분양받아 2년차가 되면서 자칭 초보 도시농부를 벗어났다고 기사를 쓴 한교닷컴 리포터다. 그러니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
29일 오전 9시 30분. 모임 장소인 서호꽃뫼공원을 찾았다. 모인 사람들은 수원시공원사랑시민참여단원들이다. 이들은 수원시에 산재하여 있는 공원텃밭을 가꾼다. 그리고 시민들의 공원 참여도를 높인다. 여기에서 나오는 농작물 수확물은 가까이 있는 주민센터나 복지센터에 기증이 되어 이웃돕기에 사용이 된다. 무농약, 퇴비로 가꾼 것이라 무공해의 탐스런 농작물이다.
오늘의 강사는 자연주의교육연구소 김석규 소장이다. 주제가 ‘여름철 텃밭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으레 상식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가 텃밭관리에서 소홀히 다루는 것을 조목조목 짚어주면서 바른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는데 그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정말 여기에 오길 잘했다. 도시농부로서 혼자 알기엔 아까운 내용들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가뭄, 장마, 풀관리, 병충해 관리, 작물관리인데 누구나 알아야할 농사의 기본내용이다. 물주기는 ①작물 주변에 고랑을 파고 물을 준다. ②물을 주고 난 다음에 마른 흙으로 덮어 준다. ③멀칭을 해 준다(풀멀칭, 볏집멀칭, 낙엽멀칭 등). 우리가 이대로 하지 않고 그냥 물주기를 하면 물이 스며들지 않고 그냥 흘러내린다. 이것은 오히려 물의 증발을 도와 식물 자람에 해롭다. 비닐멀칭은 땅속 미생물을 죽게 하여 결국엔 죽은 땅을 만든다고 알려준다.
다음엔 풀관리. 우리는 잡초에 대해 ‘뽑아 버려야 할 것’ ‘나의 농작물에 해를 주는 풀’ 등 나쁜 생각을 가져왔다. 과연 그럴까? 자연농법이라는 것이 있다. 풀과 함께 농사를 짓는 것이다. 풀은 작물에 산소를 공급해 준다. 풀뿌리는 흙의 유실을 막아준다. 그러니까 풀은 물주기 일손을 덜어준다. 풀뿌리는 흙의 영양분을 보존해 주고 물을 끌어올려 작물에 수분을 공급해 준다. 그러므로 자란 풀은 캐내지 말고 풀의 생장점을 잘라 준다. 자른 풀은 멀칭에 이용하면 된다.
다음엔 병충해 관리. 소변액비는 곤충의 접근을 방지해 주고, 작물을 튼튼하게 한다. 오줌 성분이 요소라는 것만 알았지 이런 역할을 하는 줄 미처 몰랐다. 소변액비는 오줌을 받아 뚜껑을 닫고 1주일간 숙성 시킨 다음 물로 희석하여 사용한다.(비율 20:1, 30:1, 50:1) 우리의 오줌 속에는 작물에 도움이 되는 여러 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화장실 물도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텃밭 강좌 후 우리는 공원텃밭 감자캐기에 들어갔다. 이 감자들은 3개월 전에 단원들이 심은 것이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팔토시를 착용하고 목장갑을 꼈다. 호미를 들고 이랑에 들어가 토실토실한 감자들이 줄줄이 매달려 나온다. 이게 바로 수확의 기쁨이다. 자루에 모아 담으니 금방 두 자루가 된다. 오늘 참가한 정원팔(68)씨(전 수지초 교장)는 “우리의 기쁨은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시민들과 함께 지켜보고 수확하는 것인데 봉사의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는 가뭄이 심하여 작년보다 수확량이 적다고 그린트러스트 이득현 사무국장은 말한다. 김매기도 하고 잡초멀텅 작업도 실습하였다. 상추도 뜯었다. 여기서 수확한 농작물은 어디로 갈까? 바로 가까이에 있는 화서2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햇감자 40kg과 상추 5kg을 전달 받은 조인규 동장은 “무더위에 이렇게 수확한 소중한 물건을 전해 주어 고맙다”며 “관내 독거노인에게 전달하고 반찬만들기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재)수원그린트러스트는 수원시의 지원을 받아 녹색공동체 수원만들기에 앞장 서고 있는데 공원사랑시민참여단, 공원시민공동체 텃밭, 수원팔색길 시민참여단, 수원시 가로수정원사 봉사단, 수원 꽃과 나무의 집 녹색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공원사랑시민참여단은 인계동 청소년문화공원, 화서동 서호꽃뫼공원, 구운동 일월공원, 금곡동 두레뜰공원, 호매실동 물향기공원, 곡반정동 마중공원에서 시민들의 공원이용도를 높이고 농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면서 아름답고 깨끗한 우리마을공원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오늘 행사를 주관한 (재)수원그린트러스트 이득현 사무국장은 “시민참여 녹색거버넌스 활동에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는 수원시민들과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며 “녹색도시 수원 만들기에 더욱 앞장 설 것을 다짐하며 앞으로 시민을 위한 텃밭강좌를 개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