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6시, 수원시평생학습관 학교 담쟁이 카페에선 '뭐라도하는 밤'이 열렸다. 과연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것이 궁금하다. 학교이기에 많은 학생들이 모인다. 이곳에 모이는 학생들의 나이는? 40대에서 70대다. 이날 밤, 무려 50여 명이 모였다.
나는 인생수업 6기 수료생으로서 모임에 사전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리하여 대안학교 겨울캠프 오후 과정 도중에 수원시평생학습관으로 향한다. 포크댄스 출연 사전 연습도 있어 4시 30분에 카페에 도착했다. 행사 준비요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저녁 뷔페 차리는 분, 노트북에 빔 프로젝터를 연결하고 스크린에 화면을 조정하는 분 등 각자 임무에 열중이다.
나 역시 포크댄스팀 출연 시 대형은 어떻게 할까? 지도자의 위치도 생각하고 방송장비도 점검했다. 춤에는 음악 테이프 점검이 필수다. 오늘은 우리들끼리의 자축 모임이지만 공식행사다. 그냥 대강 출연해서는 아니 된다. 팀원들은 벌써 포크댄스 복장까지 갖춘 분도 있다. 그것이 무대에 서는 사람들의 기본예의다. 나도 오랜 만에 정장 양복차림이다.
여기서 깜작 놀랄 사실 하나. 저녁 뷔페식으로 차리는데 이 음식 중 집에서 직접 혼자서 준비한 사람이 있다는 것. 인생수업 6기이고 포크댄스 팀원인데 살짝 여쭈어보니 이번 음식 장만에 7시간이 걸렸다 한다. 그러면서도 즐거운 표정이다. ‘와, 이런 커다란 행사 준비에 희생하시는 분이 계시는구나! 그래서 우리가 참가비 내고 맛있게 먹는구나!’ 혼자서 생각해 보았다.
또 프로젝트를 점검하는 분은 방송에 소개되었던 인생수업 7기 프로그램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1년간 우리들의 활동을 ‘뭐라도 학교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인물과 행사 사진을 편집했다. 이런 작업 금방 되는 것이 아니다. 사진 선정에서부터음악 편집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또 편집기술도 있어야 한다.
인생수업이란 무엇일까? 수원시평생학습관 내에 ‘뭐라도 학교’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뭐라도 학교’는 중장년층의 ‘제2의 인생’을 지원하는 학교다. ‘뭐라도 배우고, 뭐라도 나누고, 뭐라도 즐기고, 뭐라도 행하자’를 주제로 학생 자신의 재능과 경험, 지식과 삶의 자산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베이스 캠프다.
올해 인생수업 6기와 7기가 배출되어 학생들은 모두 200명 정도 된다. 이들이 오늘 송년회 형식으로 모여 얼굴을 익히고 선후배들이 정겨운 시간을 갖는다. 작년엔 공연 형식으로 가졌는데 이야기 시간은 없고 박수만 치다 왔다는 반성 의견이 반영되어 올해는 주로 대화 형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하고 1년간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중요 인물 소개도 있었다. 김정일 2대 교장에 이어 3대 김범순 교장이 바턴을 이어 받았다. 감사와 취임의 새로운 포부를 밝힌다. 전임교장은 “지난 3년 가까이 부족하지만 학교장직을 수행하며 즐거웠고 보람 있었다”며 “무엇보다 여러 회원들의 열정과 성원으로 학교가 성장하는 것을 느끼며 일하는 것이 큰 기쁨 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우리학교가 수원의 시니어들의 행복한 후반생을 함께 가꾸어 나가는 터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임교장은 “‘뭐라도 학교의 4대 기치 실현에 힘을 보태어 회원 여러분들의 행복한 뭐라도 학교를 만들겠다“며 ”전임 임원들이 쌓아놓은 탑을 더 높이 더 견고히 하고 회원 여러분들에게 행복한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겠다“고 취임 인사와 포부를 밝혔다.
오늘 모임 공연은 없었지만 포크댄스팀의 시연이 있었다. 남녀 역할 5쌍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포크댄스 구분동작과 연결동작을 익히고 최종 음악에 맞추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다. ‘코로부시카’라는 경쾌한 민속무용인데 참가자들에게 민속무용 교수-학습 과정을 보여 주었다. 포크댄스 배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다음은 참가자 전원이 배우는 즐기는 포크댄스 시간. 종목은 ‘덩케르크의 종’이다. 남녀 파트너를 정하고 구분동작과 연결동작을 익힌다. 발구르기, 손뼉, 양손 잡고 돌기, 밸런스, 파트너 체인지 등 쉽고도 따라 하기 쉬운 동작이다. 여기에 친교 인사말이 들어간다. 오늘 모임의 목적은 포크댄스를 통하여 친교를 다지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맨 나중엔 음악에 맞추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뭐라도하는 밤’을 순서대로 마무리 해 본다. 전임교장과 신임 교장 인사 말씀, 각 기수별 참가자 개인인사, 인생수업과 뭐라도 학교를 영상으로 돌아보기, 뭐라도 학교 올해 활동 주역 얼굴과 행사 사진을 보며 회고하기, 저녁 식사, 포크댄스 시연과 포크댄스 배우고 익히기, 행운권 추첨 등이다. 행사를 마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들이 있기에 ‘뭐라도 학교’는 오늘도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