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기러기를 가지고 신부집에 가서 상위에 놓고 절한다. 신부가 있는 방문 앞마당에 병풍을 치고, 그 앞에 탁자를 놓고 문전부터 깔아놓은 돗자리를 밟고 앞마당에 들어서…."
기러기를 통해 평생토록 짝을 바꾸지 않겠다는 엄숙한 절차를 거치는 전안례(奠雁禮)의 일부다. 이처럼 아직 일상에 그 흔적이 남았거나 영영 잊혀져버릴 위기에 처한 우리의 민속학을 집대성한 사전이 출간됐다.
민속학자인 김용덕 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한국민속문화대사전'(창솔)이 그 것. 10년 전 펴낸 ‘한국민속사전’을 수정·증보해 2200쪽 상·하 2권으로 구성한 이 책은 한국학 자료와 민속사회 민속신앙 민속문학 민속예능 전통예술을 포괄하고 있다. 국문학 역사학 종교학 윤리학의 전문 분야에
이르기까지 항목을 설정하고 참고문헌을 밝혀, 교실수업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했다.
김 교수는 "일본과 중국은 30여 년 전부터 각종 민속사전을 출간했지만 우리의 민속학은 인문학에서도 뒷전에 밀려나 있다”며 "옛 삶의 자취며 조상들의 지혜와 숨결이 담긴 민속문화는 단순히 먼지 묻은 과거의 기록이나 흔적이 아니라 값진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