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부동산업체가 EBS 수능강의가 시작된 4월 1일 이후 강남구의 전세가격이 떨어졌다는 통계를 내놓자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교육부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국정홍보처와 공동으로 EBS 수능강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의실시 이후 인문계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월평균 4만7천원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인문계 고교생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전화를 통해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인문계 고교생의 71.7%가 주1회 이상 EBS 수능강의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47.7%의 학생들은 주3회 이상 시청하고 있었다. 특히 광주·전라(66.0%), 대구·경북(59.5%), 대전·충청(58.1%) 지역은 주3회 이상 시청비율이 50%가 넘어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자녀가 EBS 강의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부모(28.3%)들은 미시청 이유로 '학교 보충수업 때문'(34.0%), '학원수강 때문에'(28.3%),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15.8%) 등을 들었다.
수능방송 실시 이후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구는 67.4%에서 50.1%로 줄었으며 학생 1인당 평균 월 23만7천원에서 19만원으로 4만7천원(19.8%) 감소했다. 서울 강남지역은 월 44만원에서 38만원으로 13.2% 줄어드는데 그쳤으나 수능강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광주·전라지역의 경우 월 12만원에서 6만7천원으로 43.9%나 감소했다.
이외에도 대전·충청이 35.9%, 강원·제주가 23.7%. 대구·경북이 21.6%, 부산·울산·경남이 18.8%, 인천·경기가 16.2%, 서울 강남 이외 지역은 15.6%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6천8백억원의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득수준별로는 월소득 300만원 이상 가구에서는 사교육비 경감 비율이 11%에 그쳤으나 200만원 미만인 서민층은 52% 가량이 사교육비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학부모의 77.5%는 '강의가 수능시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 수능방송에 대한 높은 기대를 보였다. 도움될 것이라는 답변은 군지역(84.4%)에서 가장 높아 22.6%에 그친 대도시와 대조를 이뤘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달 교총 교육정책연구소가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당시 조사 결과, EBS 수능강의 실시에 대한 농어촌 학생들의 찬성도(58.9%)는 중소도시(44.3%)나 대도시(42.8%)보다 높았으며 강의내용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농어촌 지역이 53.6%로 대도시(34.1%)와 중소도시(32.1%)보다 크게 높았다.
한편 수능강의 시청을 위한 교재구입비용은 학생 1인당 평균 4만8천원이었으며 4∼6만원이 25.8%, 2∼4만원이 22.5%, 6∼8만원이 9.1%로 뒤를 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사교육비 지출 추이를 분석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라고 평가하고 "수능강의의 효과나 실효성 여부에 관한 성급한 판단 등을 당분간 유보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7월과 9월에도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