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재난으로 엿새째 비상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처음으로 지자체가 휴업 권고를 했다. 그러나 학교는 학사 일정으로 단 한 곳도 휴업을 하지 못한 채 절반가량이 공기청정기조차 없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맞아야 했다. 정부는 공기정화장치 설치 계획을 앞당겨 올해 안에 모든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에서 휴업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15일 시행됐다. 3일 인천과 경기남부에서 법 시행 이후 첫 휴업 권고가 내려졌다. 그러나 익일인 4일이 대부분 학교의 입학·개학일이어서 인천시교육청에서는 각 학교에 외부 활동 금지 와 학교장 재량에 따른 단축수업 시행을 안내하는 공문을 보냈다. 경기도교육청도 별도 휴업 권고는 하지 않고 단축수업 등을 안내했다.
서울, 충북, 충남, 세종 등 비상조치가 시행된 다른 시·도는 입학식 등 학사일정을 고려해 휴업을 권고하지 않았다. 5일에는 인하사대부중 한 곳이 별도 권고 없이 학교 자체 판단으로 매 차시 10분씩 평소보다 1시간 단축수업을 실시했으나 이 외에 휴업이나 단축수업은 없었다.
미세먼지 재난이 길어지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교현증의 대응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서울여의도초를 방문했다. 박백범 차관을 비롯한 교육부 실·국장들도 각각 5~7일에 걸쳐 전국의 초등학교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유 부총리는 현장에서 연내 전국의 유·초·중·고교에 공기정화시설 전면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교실은 절반가량인 58.1%(15만 8463실)에 그치고, 미설치 된 교실이 11만 4265실(41.9%)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도교육청이 확보한 올해 설치 예산 약 1300억 원을 상반기 내에 앞당겨 사용해 전국의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의 공기정화시설 미설치 교실 64047실에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중·고교의 미설치 교실 5만 218실에 대해 예산당국, 시·도교육청 등과 협의해 금년 내로 모든 유·초·중·고에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요 예산 약 1000억 원은 추경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특별교실과 공기정화장치 적정용량이 부족한 교실 등을 3월말까지 실태 조사해 연내에 설치를 완료하고, 실체육시설 확충, 실내 체육활동 교보재·프로그램 보급에도 나설 계획이다. 실내 체육시설이 없는 학교는 현재 전체 11만 1817개교 중 410개교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어린이집·유치원 등에 대용량 공기정화기 보급을 위한 재정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6일에도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강조해 공기정화장치 설치에 필요한 추경은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공기청정기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설치만 급박하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 설치만으로는 대책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에 의뢰한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효율성 평가 및 설치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을 때 미세먼지는 30% 줄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대 2300ppm까지 증가했다.
이는 ‘학교보건법상’ 교실 내 공기질 기준인 이산화탄소 농도 1000ppm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졸음, 두통, 현기증,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각 시·도교육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공기청정기로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장시간 창문을 열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수치 증가 등 역효과가 발생한다”며 “역효과 발생은 예상 낭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남, 충북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에 감사원의 ‘초·중·고 학교환경 개선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미인증 공기청정기 등이 설치됐다는 지적을 받은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