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공직사회에 논란이 된 직무급제 도입 등을 포함한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보수 체계 발전 방안’ 연구용역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언론이 22일 인사처의 ‘공무원 보수 체계 발전 방안’ 연구용역 제안요청서를 근거로 직무급제 도입을 보도하면서 공무원단체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제안요청서는 연구 과업으로 ▲보수체계 관련 이론적 논의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 실무직 공무원 보수체계 조사·분석 ▲우리나라 실무직 공무원 보수체계 문제점 조사·분석 ▲우리나라 실무직 공무원 보수체계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보수체계 문제점 조사·분석을 설명하는 예시로 ▲90년도 전 봉급표에는 직무급과 근속급 분리 ▲직무성과 향상 및 역량개발 인센티브 부족 ▲직무가치 및 성과 반영 정도 등을 언급하고, 개선방안에서도 ‘봉급표를 직책급(직무급)과 근속급을 이원화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실무직에 해당하는 6급 이하 공무원의 직무급 도입설이 제기된 배경이다.
연구용역 내용이 밝혀지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 노조는 22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교직사회에도 파장이 일었다. 한국교총은 23일 직무급제 도입과 호봉제 폐지 반대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향후 이를 시도할 경우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국교사노동조합연맹은 23일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직무수당 인상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실 해당 연구용역은 시작하지도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처는 지난달 1일 해당 연구용역을 긴급공고 했으나 입찰마감일인 12일까지 입찰이 전혀 없어 유찰됐다. 인사처는 당일 긴급공고로 재공고를 했지만 마감일인 22일까지 다시 한 번 무응찰로 유찰됐다.
인사처는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재공고를 하지 않았다. 인사처 관계자는 “두 번 연속으로 무응찰이 돼 추가 공고 여부는 현재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인사처는 앞서 기재부의 직무급제 도입 추진 요청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도 겨우 추진을 시작한 상황에서 너무 이르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어서 일각에서는 해당 연구를 연내에 추진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연이은 무응찰도 결국 직무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공무원 사회의 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이라며 “보도까지 되면서 부담이 더해져 당장 추진은 어렵고, 내년 총선 이후에나 추진 가능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가 직무급제 도입을 포기할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직무급제 도입을 시사한 바 있으며, 기재부 역시 로드맵에 따라 직무급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처도 연구용역에 대해 해명하면서 “공무원 보수체계를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의 정도에 부합’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일환”이라며 직무급제 도입 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