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다리가 뻑적지근하고 피곤하네요. 내 나이가 50대인데 20년 후 장안문에서 화성행궁까지 춤추며 거리 퍼레이드 할 수 있을까요? 당신 포크댄스 동호회원들 70대도 많은데 어제 정말 훌륭히 잘 해냈어요. 걷기도 힘든데 빙빙 도는 춤까지 추었잖아요.”
오늘 아침, 바로 어제 조선백성 환희마당에 드디어 출연했던 아내의 말이다.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지역 축제가 시민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었을까? 보고 즐기는 추억도 있지만 몸으로 직접 참가하여 즐기면 그 추억은 평생 간다. 수원시민인 그 자체가 영광이고 자랑스럽다. 시민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참가했다는 것, 더욱이 4차선 도로를 누비며 한 가운데서 춤을 추어 잠시 스타가 된 사실이 꿈만 같다.
기자는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신중년 동호회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를 운영하고 있다. 광교2차 e편한세상 경로당, 연무동 무봉종합사회복지관, 일월공원에서 포크댄스를 재능기부하고 있다. 조선백성 환희마당은 재작년부터 참석하여 우수상과 참가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엔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협조를 받아 필리핀 댄스 동아리도 함께 연습하여 출연했다. 출연진은 모두 35명이다.
축제의 마지막날이자 우리의 출연날인 10월 6일. 5시에 기상하여 하루 일정을 점검한다. 출연을 앞두고 총 리허설을 두 차례 했는데 아무래도 복장이 염려되었다. 필리핀인 복장이 우리와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서울에 가서 여성 의상 복장을 대여했다. 남성역 조끼가 어제 밤 택배로 도착하여 아침에 급하게 가장자리 리본을 달았다. 경로당 회원 한 분이 재봉 재능 봉사해 주셨다. 행사 후 저녁 식사 음식점을 예약하였다.
오전 11시 30분 점심을 서둘러 먹고 행사 집합장소인 장안공원으로 향하였다. 장안문 옆에 행사본부가 설치되어 있고 출연진 초록색 천막이 보인다. 벌써부터 출연진은 연습에 바쁘다. 최종 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출연진 대표 모임이 있어 가보니 거리 퍼레이드 코스를 다시 답사한다. 처음 사전회의 때와 장소가 변동되어 다시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공연 장소가 남쪽으로 100미터 정도 남쪽으로 이동했다. 연습 총 감독을 해야 하는데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조선백성 환희마당은 정조대왕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경연 한마당이다. 총 18개 팀이 출연했는데 장안문에서 화성행궁까지 거리 퍼레이드를 하면서 공연을 한다. 경연종목은 음악, 춤, 퍼포먼스, 거리극, 플레시몹, 농악 등 다양하다. 15인 이상 동호회, 단체, 동아리 등이 참가했다.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동영상을 통과한 팀들이다.
우리 팀은 인원 점검을 받고 세 번째로 출발했다. 내가 출연팀에게 부탁한 것은 정확한 춤동작도 좋지만 즐겁고 행복한 표정짓기다. 우리가 출연한 종목 ‘코로부시카’도 우리말로 하면 ‘행상인의 춤’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는 행상이 물건이 잘 팔려 신나게 춤을 추는 것이다. 정조대왕 능행차 맞이에 있어 세계인이 모두 기쁘게 맞이하자는 것이다.
2시 45분. 첫 출연팀 경기소년소녀합창단이 출발했다. 2번은 치어로빅의 낭랑18세다. 평균나이 78세 어르신인데 청춘처럼 보인다. 우리 3번은 8세 어린이부터 60-70대 어르신들로 구성되었다. 가족 단위도 9명 있다. 필리핀 동아리는 결혼한 20-30대다. 우리는 거리 퍼레이드를 하면서 세 곳에서의 공연을 모두 마쳤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4차선 도로를 활보하고 도로 중앙에서 맘껏 춤을 추겠는가? 이 날은 우리의 날이었다.
출연자들의 참가 소감이다. “몸치가 자신감 얻고 큰 행사 주인공이 된 게 자랑스러워요. 손주들로부터 ‘할머니 멋져요’라고 칭찬 받았어요”(상캠포 송성순). “아들로부터 축하 꽃다발도 받고 동영상의 아름다운 추억 남겼어요. 노년의 삶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어요”(무봉복지관 한상금). “어르신들의 열정과 정정한 모습에 놀랐어요.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 예쁘게 간직할 게요”(일월공원 천재옥). “필리핀인은 수원에 거주하면서 행사를 보는 것만 했는데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잊을 수 없는 평생 추억이 되었어요”(필리핀 김 마리아).
광교2차 e편한세상 경로당 박상철 회장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공연에 가슴 벅찼습니다. 연말 축제 때도 내년에도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포크댄스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백종(79) 박용화(76) 부부는 “이 나이에 거리에 나가 춤을 출 수 있다니?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즐거움의 연속이고 자식들도 무척 자랑스러워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