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와 일방적 토론회도
제2의 인헌고 사태 불 보듯
편향교육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총선과 연계해 모의선거 수업을 실시하기로 해 논란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진보 성향의 단체들만 모아 사회현안 교육 원칙을 세우기 위한 ‘원탁토론회’를 열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교총 등 교육계는 “최근 불거진 정치편향 교육 논란에 대해 부실 조사와 대응으로 국민적 우려를 전혀 불식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실제 총선 후보자를 대상으로 모의선거 교육을 하는 것은 편향수업과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내년 서울지역 초‧중‧고교 40곳에서 총선 모의선거교육 등을 통한 사회 현안 프로젝트 수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역구 후보자가 확정되면 교사들이 공약을 분석․편집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토론을 거쳐 모의투표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모의선거를 희망하는 40개교를 16일까지 모집해 교당 50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에 더해 사회 현안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서울 교원 원탁토론회’를 17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었다. 서울교사노조와 서울실천교사, 전교조 서울지부,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사노동조합 등이 공동 주관했고 교총은 불참했다.
토론회는 ‘논쟁적 사회현안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발제를 했고 교사들은 교실에서 사회 현안 교육을 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교사들은 찬성 이유로 “다름에 대한 이해와 상호존중을 배우기 위해”, “학교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것” 등을 들었다.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특정 생각을 주입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며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교총과 서울교총은 19일 공동 입장을 내고 “교사들의 정치편향 교육이 전국에서 논란과 갈등을 빚고 있고, 이를 교육청들이 엄중히 조치, 근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정 성향의 단체가 선거교육을 맡을 경우, 교실 정치화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사의 정치편향 교육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조치도 없이 사실상 ‘방치’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모의선거를 지원하는 것은 교실 정치화만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학생들이 이해할 만한 교육공약이 적은데다 실현 가능성이나 여파를 따지지 않는 포퓰리즘 공약도 많다”며 “이를 어린 학생들이 충분히 분석하고 토론을 거쳐 스스로 옥석을 가려낸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스럽다”며 “결국 실제 후보자의 공약을 제시하거나 분석하는 과정, 토론 과정 등에서 교사와 부모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은연 중 부각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선거수업 과정에서 교사의 지도방식에 대한 시비와 갈등이 곳곳에서 초래될 수 있고, 학생 간 찬반 갈등이 격화돼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2, 제3의 인헌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자칫 모의선거 결과를 학생들이 온‧오프라인 상에 흘리거나 유포할 경우 선거법 위반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서울시교육청이 ‘18세 선거법’ 통과에 대비해 선거교육의 필요성을 밝힌 데 대해서도 “교단 안정과 학생 보호에 나서야 할 교육당국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18세 선거연령 하향은 단순히 투표연령을 한 살 낮추는 게 아니라 고3 학생에게 선거운동,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성년연령을 18세로 낮춰 민법 등과 충돌되는 데다, 18세 미성년을 유해 약물‧업소‧매체에서 보호하는 청소년보호법과도 배치되고, 소위 ‘18금’으로부터 해제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18세 선거에 따른 교실 정치장화, 학생 선거법 위반사태, 법령 간 충돌 등 부작용에 대해 국회 논의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강행 처리를 막는 것이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이라며 “모의선거 교육보다 정치편향 교육에 대한 엄중한 조치와 근절대책 마련이 먼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