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광명역 인근의 서독산(書讀山), 가학산(駕鶴山)을 다녀왔다. 아내, 처형과 함께.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의 등산은 괜찮다고 보았다. 아파트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니 곧바로 서독산 입구로 이어진다. 안내 푯말의 서독산, 가학산 이름이 낯설다. 친근하지 않다. 처음이라 그럴 것이다.
계단을 오르며 만난 첫 야생화는 제비꽃. 그런데 꽃 주위 낙엽이 흩어져 있다. 사람들이 제비꽃을 보이게 하려고 덮었던 낙엽을 치운 것. 이것 제비꽃 생육에 좋을까? 현재 이 제비꽃 생육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다. 이 행동 사람 중심의 생각 아닐까? 아내는 흩어진 낙엽을 다시 제비꽃 주위에 놓아둔다.
두 번째 만난 야생화는 노루귀. 부사(府使) 묘소를 지나니 등산로 오른쪽에 나타난다. 노루귀 군락지다. 꽃 색깔이 분홍색인데 진한 정도가 다르다. 흰색 노루귀도 있다. 이야생화를 보고 생각한 것은 첫째, 어떻게 여기서 자생하고 있을까? 둘째, 연약한 줄기가 어떻게 무거운 낙엽 사이로 비집고 올라왔을까? 셋째, 추위를 이겨낸 강인함과 생명력은 자연의 경외감이다.
서독산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니 가학산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우측에 내 키만한 나무 하나가 있다. 수술을 주렁주렁 늘어트리고 있다. 수원 칠보산에서 많이 보았던 나무다. 수술에 손을 대니 송홧가루 같은 것이 날린다.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니 개암나무란다. 헉, 이게 바로 그 개암나무라? 문득 개암열매를 떠올렸다.
개암에 관한 추억 하나. 45년 전 학군단 시절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3주간 입소하여 군사교육을 받는다. 소사에 있는 33사단인데 산악행군하면서 심심한 입을 개암열매의 고소함이 행군의 지루함을 잊게 해 주었다. 열매를 입 안에 넣어 깨뜨리면 ‘딱’ 소리가 난다. 껍질 속에는 속살이 있다. 마치 알밤을 먹듯 먹었던 것.
가학산(해발 220m) 정상이다. 서독산 쪽에는 패러글라이딩이 하늘을 날고 있다. 무려 6개다. 혹시 공중에서 조정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을까? 망원경으로 보니 1인이 타고 있다. 나도 더 늦기 전에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 볼까? 공중에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제 하산이다. 다시 서독산으로 향하면서 패러글라이딩 출발 장소로 가 보았다. 마침 한 사람이 공중 비행 출발 직전이다. 날개를 펴고 바람을 맞고 있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부니 곧바로 공중으로 뜬다. 패러글라이딩은 취미생활로 모험심이 강한 아주 좋은 스포츠라고 보았다.
바로 옆에 동굴 하나가 있다. 입구에서 보니 세 개의 굴이 보이는데 가운데 있는 굴은 깊다. 스마트 폰으로 비추니 빛이 닿지 않는다. 컴컴한 어둠만 보이는데 그 깊이가 깊다. 처형 말로는 금속을 캐내던 폐광이라고 한다. 폐광을 보며 이런 상상을 해 본다. 혹시 이 동굴로 들어가면 광명동굴로 이어지지 않을까?
스마트 폰이 인터넷 세상을 바꾸고 있다. 개암나무에 암꽃이 있다는 사실 스마트 폰 검색으로 처음 알았다. 아내에게 이야기 하니 이미 알고 있다. 개암나무 줄기를 자세히 관찰하니 아주 작은 붉은색 꽃이 보인다. 수꽃의 꽃가루를 받아 들여 열매를 맺는 것이다. 이 꽃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작심하고 관찰해야 한다.
다음에 여기 다시 와야겠다. 그 땐 코스를 달리하여 도덕산과 구름산도 답사를 해 보아야겠다. 산행 가이드 역할을 해 준 처형께 고마움을 전한다. 저녁은 뼈감자탕을 주문하여 집에서 끓였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사람 많은 식당을 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