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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정’과 ‘친절’의 통합 생활교육의 필요성

흔히들 한국인은 ‘정(情)’이 남다른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곧 ‘정‘은 한민족 고유의 상징처럼 간주된다. 하지만 다른 언어로는 ’정‘을 적절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정’문화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의 ‘정’에 감동한 나머지 한국과 평생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정’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혹시나 외국의 ‘친절’문화에 대해서 간과하거나 우물 안의 개구리 격으로 편협한 문화적 우월감을 견지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 보겠다. 언젠가 미국의 친척 집을 방문하기 위해 멀리 시애틀(Seattle)을 찾았다. 아무리 넓은 미주대륙이라 해도 곳곳마다 사람 사는 흔적이 드러나고 어디를 가든 그곳이 관광명소든 생활거주지든 현지인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일상의 모습에서 분명히 우리와는 다른 선진국다운 여유와 배려심을 느꼈고 특히 친절한 행동은 감동적이었다.

 

미국의 소도시 숙박지 인근 대형 마트에 들렸을 때였다.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마트 시설은 크게 생소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디테일한 차이를 느끼게 할 정도로 상품의 배치나 이동 경로, 공간의 활용이 다소 낯설었다. 이럴 때는 약간 당황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가 나타나는 것처럼 현지인의 도움과 친절한 행위는 당황함을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가슴에 각인되어 멋진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친절을 생활화 하는가? 먼저 곳곳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은 대부분 웃으며 인사하거나 ‘하이(Hi)’하고 먼저 인사말을 건냈다. 물건을 사는 데 잠시 머뭇거리면 지나가던 현지인이 특별한 조언(tip)을 해주었다. 묻기도 전에 관광객임을 알아차리고 들고 있는 물건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었다. 어느 현지인은 마트 입구에 놓인 지역신문을 가리키며 거기에 실린 광고에서 할인 쿠폰을 찾아서 물건을 구입하도록 정보를 주었다. 결과적으로 $17인 물건을 $7에 구입할 수 있었다. 또한 상품을 들고 망설이는 것 같으면 그것은 맛이 없다며 더 맛있는 유사한 물품을 다른 진열대에서 찾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즐거운 쇼핑이 되라고 인사말까지 덧붙이는 친절은 특별했다. 어떤 여성은 아내가 입은 옷과 색깔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와, 정말 멋진 패션이다. 당신에게 잘 어울린다”고 말을 건네며 지나지 않는가. 어디 그뿐이랴. 한적한 시골의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어느 현지인 시니어(senior)가 다가와 밖에 주차한 차종을 언급하면서 실내등이 켜져 있다고 알려주었다. 다행히 필자가 랜트한 차는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커피숍 내부 곳곳을 돌아다니며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그 친절한 행위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는 곧 친절이 생활화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파트 복도와 주차장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도 대부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미소와 함께 간단한 인사를 건네는 것이 습관처럼 반복되었다. 이처럼 곡곳에서 경험한 그들의 친절한 말과 행동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행위였다. 곧 친절은 그들의 문화였고 생활이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베푼 친절한 작은 행동 하나가 그들에겐 결코 가식적이거나 우연한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일상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삶 속에 살아있는 진정한 친절이 아닐까? 마치 성경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무의식적이며 습관적인 행동은 그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이제 우리도 학생 상호 간의 친절을 행동화하는 생활교육이 필요하다. 여기엔 우리의 ‘정’은 외국의 ‘친절’ 이상의 오랜 전통과 문화의 산물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 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세계시민으로서의 위격을 높여야 한다. ‘정’과 ‘친절’의 통합 생활교육은 세계화 시대의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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