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조금 일찍 자란 여자아이들을 위한 동시집이다. 김개미, 송선미, 임복순, 임수현, 정유경. 시인 다섯 명이 독자를 콕 집어내 시를 짓고, 그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먼저 어른이 된 ‘미지의 아이’들이 뒤따르고 있는 ‘미지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들은 여자아이들이 자신도 잘 모르는 ‘나’를 알아가고 그런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 가만히 동행한다. 비밀스러운 마음에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타인을 향한 관심에도 ‘그럴 수 있다’며 빙긋 웃는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마주할 때는 ‘괜찮아, 잘 가고 있어’라고 응원하고, 도대체 어떤 게 진짜 ‘나’인지 알 수 없어 방황할 때도 ‘내가 알고 있는 나도 있고, 내가 모르는 나도 있다’며 위로한다.
진작에 이 책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시인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미지의 아이’들이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날 지경이다. 10대의 나를 가만히 불러내 늦은 공감과 위로를 건네게 한다. 여자 어른의 마음도 두드리는 데 성공한 동시집. 김개미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