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엔 ‘무사들’이 있다. 헉,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웬 무사들? 그렇다면 허리에 칼을 차고 다니는 정조대왕의 호위무사들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단 말인가? 아니다. 첫 글자를 따서 부르다 보니 ‘무사들’이 된 것이다. 본래 이름은 ‘무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초창기부터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았다가 지금은 ‘무사들’ 산하 무궁화연구소를 맡고 있는 김우진 소장을 만났다.
왜 하필 이렇게 무더운 때에 만났을까?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제32회 전국 무궁화 수원축제(장소 수원시청소년문화공원)를 앞두고 있어서다. 성하의 계절 100일 동안 날마다 피고지는 꽃이 우리나라꽃 무궁화다. 해마다 열리는 이 축제를 가장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분이다. 교수, 학자 제외하고 민간인 중에서 무궁화 사랑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 소장은 전국 몇 개 지자체에서 무궁화 축제를 열지만 독자적인 무궁화축제를 11년째 연속으로 개최하는 곳은 수원뿐이라고 강조한다. 행정관청이 주관하는 일방적인 보여주기식 일과성 축제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가족들이 함께 체험하면서 즐기는 진정한 시민축제가 ‘전국무궁화 수원축제’라고 한다. 그가 축제의 화려한 개막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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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약칭 무사들)은 순수시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단체다.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이지만 수원의 초·중·고등학교에 무궁화 꽃피는 학교 만들기 지원과 공원 내 무궁화동산 조성 및 관리, 시내 여러 곳에 무궁화 가로수길 조성 및 관리 등 많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무궁화사랑연합회를 만들어 나라꽃 무궁화를 세계만방에 알리려고 노력중이다.
이번 축제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긴 기다림, 다시 우리 꽃‘이다. 전 세계를 혼돈에 빠트린 코로나 19 대유행에서 벗어나, 다시 되찿은 일상만큼이나 소중한 축제다. 우리 민족성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무궁화처럼 더욱더 높은 곳에서 활짝 피어올라 더 나은 미래로 날개짓하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시민들이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무궁화를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축제에서 ’무사들‘이 담당한 것은 지난해 시민들에게 나눠준 무궁화 묘목을 얼마나 잘 가꿨는지 심사하는 '화분 가꾸기 콘테스트' 관리,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대취타대의 연주와 함께하는 왕의 나들이 '거둥행사'가 있다. 행사기간 동안 무궁화 분화 나눔과 무궁화 차 시음봉사가 있다. 무궁화 심포지엄에서는 발제와 토론에 참여하여 무궁화 명품도시 수원을 완성하기 위한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에게 시민들이 관심 있게 보았으면 하는 것을 물었다. 무궁화는 근엄한 나라꽃, 국가상징 국화 등의 다소 무거운 접근보다 한여름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도 찬란하고 아름답게 꽃피워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사랑스러운 여름꽃으로 함께 했으면 한다고 답한다. ’화홍‘, ’칠보‘, ’서호향‘, ’난파‘, ’선덕‘, ’칠보아사달‘이라는 꽃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조언한다.
김 소장은 2019년에 수원에서 육성하고 시민이 이름까지 붙인 무궁화 5품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창용‘은 백단심계로 큰 꽃이 돋보이고, ’효원‘은 자단심계로 단심이 크고 진해서 쉽게 눈에 띈다. ’수성‘은 적단심계로 꽃잎색이 으뜸이며, ’수주‘는 꽃잎이 청색을 띄어 신비로움이 묻어나고, “홍재”는 자단심계로 꽃에서 풍기는 자태가 정조대왕을 닮았다고 말한다.
무궁화와 명품도시 수원은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그는 “수원은 명실상부한 무궁화의 고향”이라며 “무궁화를 학문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1947년 서울대학교부터 체계적인 품종의 보존과 개발을 담당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까지 수원에 소재하고 있다. 2017년 12월까지 등록된 131종의 국내 육성품종 중 93품종이 수원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물었다. 무궁화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진딧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동안 무궁화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다는 지적한다. 무궁화의 새잎은 음식이나 차, 잎은 염료, 줄기와 뿌리는 약용으로 사용되었으니 진딧물이 있는 건 당연한 자연의 이치다. “진딧물이 있는 채소는 쌈으로 먹고, 없는 것은 데쳐서 먹는다. 왜일까?”라고 되묻는다.
무궁화연구소장으로서 그는 단독주택은 물론 공동주택 환경에서도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사랑받는 무궁화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또한 한반도를 너머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세계인에게도 사랑받는 우리 꽃 무궁화로 나아가기 위해 세계적인 연합을 구상하고 있다. 무궁화 생육한계선을 벗어난 지역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