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이하 KEDI)은 9일 서울교육문화회관 거문고 홀에서 '한국 교원정책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한국-OECD 공동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OECD 주관으로 2002년부터 25개 회원국이 참여, 수행되어온 '우수 교사의 충원, 개발, 유지'라는 국제공동 프로젝트의 결과를 우리나라 주요 교육 관계자들과 공유하고 교원정책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버나드 휴고니어(Bernard Hugonnier) OECD 교육국 부국장, 파울로 산티아고(Paulo Santiago) 교육국 행정관, 존 쿨라한(John Coolahan) 아일랜드 국립대 명예교수 등 총 3명의 OECD 관계자가 내한, 이종재 KEDI 원장과 함께 주제 발표했다. 내용을 요약한다.
교원노조, 개혁안 거부권 행사 말아야
■ OECD 회원국 교원정책의 동향과 도전(버나드 휴고니어)=교사는 학교교육에서 핵심 변수로 학생성취도 향상을 위해서는 교사의 질 향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OECD 국가가 직면한 주요 도전은 교사부족 현상 심화, 우수 인력의 교직 기피, 교직의 이미지 및 지위 실추, 양성 부실, 교직의 여성화 및 고령화, 이직률 증대, 열악한 근무 환경, 보상 기제의 부족, 봉급의 상대적 감소, 부적격 교사에 대한 대응조치 미흡 등이다.
따라서 각 국은 학교의 교사 선발 및 임용권, 교사 지원적 리더십 강화, 교사의 전문성 개발 및 교직의 개방성 증대, 교직 경력구조 다원화 및 고용계약관계에 융통성 부여, 교사의 질 향상을 위한 교사평가 강화 및 우수 교사에 대한 보상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상황에 맞는 정책을 취사선택하되, 성공적인 현실 적용을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능한 한 주요 이해당사자를 정책결정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또 교원노조는 민주적 정치과정을 통해 형성된 교육 개혁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봉급 상대적으로 높지만 구조는 문제
■ 국제적 맥락에서 한국 교원정책의 위치(파울로 산티아고)=한국에서 교직은 타 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으로 인식되어 우수 인재가 선호하고, 비교적 젊으며, 여성 비율도 다른 나라보다 다소 낮다. 또 이직률은 매우 낮은 편이며, 봉급도 상대적으로 높아 고호봉자의 경우는 국제비교에서 가장 높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교원양성제도가 예비교사들의 요구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하고,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 프로그램에의 참여율 저조, 최고호봉에 이를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봉급구조, 교사 선발에 있어서 단위학교 권한이 거의 없는 점, 교사의 동기유발 정도가 낮은 점, 직무분석의 결여, 과다한 학급당 학생 수, 사무직원 비율의 저조 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불리하거나 열악한 것으로 분석된다.
‘충원·유지’보다 ‘개발’에 초점 맞춰야
■ OECD의 한국 교원정책 진단과 정책권고(존 쿨라한)=한국은 비교적 우수한 인재가 교직에 들어오고, 이직률도 매우 낮기 때문에 향후 교원정책은 우수 교사의 ‘충원’이나 ‘유지’보다는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한국이 과거 30년에 걸쳐 이룩한 놀라운 교육성과(교육의 양적 팽창 및 기회 확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의 우수한 성적, 놀라운 학교정보화 등)에는 교사의 기여도가 높다고 평가되지만 대학입시 등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 구도와 왜곡된 교육열 사이에서 교사들은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향하는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행에 옮길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교사들이다.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는 교직단체와의 협의절차 강화, 교원양성기관 평가 강화, 현직 연수 개선, 임용시험 개선, 학급규모의 감축, 교장 자격 및 임용제도 개선, 경력구조 다원화, 교사평가제도 도입, 신규교사 수습제도 도입, 교원 자격증 갱신제도 도입, 우수한 성과를 보상할 수 있는 보수체계의 변화 등이 필요하다.
전입교사선택권 부여, 승진교장 비율 축소
■ 한국 교원정책의 향후 방향과 과제(이종재)=교원직무수행기준(teacher profile)을 설정하고 여기에 준해 교사교육, 자격체제, 전문성 개발, 평가, 승진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 수행돼야 한다. 교원의 배치제도는 '순환전보제'를 개선해 '전입교사선택권'을 부여하고, 교원인사제도는 현행 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되, 교장승진제도는 승진임용 적용비율을 점진적으로 축소 보완한다.
교장선출보직제는 학교자치 맥락에서 제한적으로 수용, 실험적 적용을 거쳐 확대하고, 초빙교장제 확대 및 공모제와 보직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임용토록 한다. 새로운 정책 개발 방식은 '정부주도형'에서 벗어나서 정책방안을 마련하는 단계에서부터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삼는 '현장출발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