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이념과 이론 사이
조희연 서울교육감 취임 후 가장 ‘핫’한 일을 꼽으라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있는 25개 자사고 중 14개가 올해 5년째를 맞아 평가를 받고, 평가 결과가 미흡한 자사고는 퇴출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조 교육감이 취임하기 전 이미 자사고에 대한 평가(1차 평가)가 거의 끝났다는 것이었다. 조 교육감이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면서 예정에도 없던 평가(2차 평가)를 추진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자사고들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 교육감이 후보 시절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있다”면서 자사고를 폐지할 뜻을 이미 밝힌 터라 이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조 교육감이 “올해 일반고로 전환 신청을 하는 자사고에는 5년에 걸쳐 학교당 10억~1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당근책은 먹혀들지 않았다. 정책의 정당성을 제대로 확보하기도 전에 꺼낸 설익은 당근을 덥석 무는 자사고는 없었다. 결국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조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 교육감은 자사고 말살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에 이르렀다. 자사고 학부모들이 “우리 애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며 거리로
- 김기중 서울일보 기자
- 2014-09-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