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휴일을 맞아 친구와 식사 약속을 잡았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는예쁘게 포장된 상자에서 종을 꺼내내게 건네었다. 그러면서 종에 담긴 사연을 들려주었다. 친구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교사의 꿈을 아들이 이뤄주기를 기대하였고, 아들이 교사가 되면 선물하려고 어렵게 구해 가족들 모르게 소중히 간직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기대와 달리 회사원이 됐다며 이제는 자기에게는 의미가 없는 물건이 되었으니 교사인 내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이 교사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서운해 하는 친구에게 "知足常樂(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도덕경)이라 하였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이 이루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오히려 자식의 삶에 굴레를 씌우게 되어 뜻을 펼치지 못한다. 부모는 자식이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껴야한다" 고 위로의 말을 해줬다. 집으로 오는 길에 철부지 초등교 시절이 어렴풋이 스쳐 종을 들고 뒷산으로 올랐다. 그리곤 동심으로 돌아가 선생님이 알려주신 종소리의 신호를 생각하며 살살 종을 쳤다. 땡-땡-땡-땡-땡(빨리 모여라-운동장 집합), 땡-땡-땡-땡(들어가라-수업 시작), 땡-땡-땡(나가라-수업
“선생님, 베란다에서 키우기 쉬운 식물 좀 추천해 주세요.” 어떤 모임에서 한 주부가 나에게 한 질문이다. 나는 답했다. “모든 식물은 가정에서 키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떤 식물이든 그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식물이 좋아하는 것을 해 주면 잘 자랍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하듯이 말입니다.” 우자조호 현자육림(愚者鳥呼 賢者育林)이라 하였던가. ‘어리석은 자는 새를 부르고, 현명한 자는 숲을 키운다’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하지마라, 이렇게 해라’하며 정해진 틀에 맞춰 생활하기만을 주문 한다면 아이들은 변화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어릴 적 아버님의 말씀처럼 ‘아이들은 교사의 열정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2013 교단 수기공모’에 금상을 수상하게 한 우리학교 아이들과 함께 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두타산 자락에 자리잡은 우리 학교는 환경이 아주 아름답고 쾌적하다. 두타산의 두타(頭陀)가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것을 말한다는데 그 산 아래에서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은 그저 점심시간이면 급식실을 향해 달리고 달린다. 의식주 가운데 식(食)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탓인가 보다. 교정에 매화가 봉긋한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는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어느 날이었다. “김 선생님~. 저기 화장실 쪽을 좀 보세요.” 교장선생님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화장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희한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마치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처럼 수십 명의 아이들이 화장실 창틀에서 뛰어 내려 급식실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두타산 정기 받은 거룩한 터에~”로 시작하는 교가를 생각하면 놀랄 일이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급식실까지의 최단거리를 찾은 것이겠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교사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저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가까스로 뒤따라가 몇 명의 아이들을 불러 세워 창문을 넘은 까닭을 물으니 현관 출입문으로 나와서 급식실로 가려면 돌아서 가야하는데 멀고 귀찮아서 그리고 재미삼아 선생님들의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