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2] ‘기초학력은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엎드리는 학생이 있다. 슬쩍 다가가서 등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많이 피곤하니?” 쑥스럽게 얼굴을 든다. 깨우는 방식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지 다행히 짜증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물었다. “왜 엎드렸어?” “어젯밤에 늦게 잤어요.” “왜 늦게 잤는데?” “게임하느라….” “그랬구나. 왜 늦게까지 게임을 하게 되었을까?” “기분이 나빠서요. 기분 좀 좋아지라고….” “무슨 일 때문에 기분이 나빴는데?” “혼났거든요.” “왜 혼났는데?” “게임 많이 한다고….” 배움이 느린 학생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종종 꺼내는 일화다. 학생들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성인도 때로는 문제의 시작이 무엇인지, 변화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인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아직 어린 학생이니 오죽할까.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물어봤다. “그럼 네가 수업시간에 엎드릴 때, 선생님이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음…. 깨워주셨으면 좋겠어요.” (“깨워달라고? 네가 엎드리지를 말아야지!”)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꾹 누르고 다시 물었다. “그래? 왜 깨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래도 깨우는 선생님은
-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연구실장 /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장
- 2021-06-04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