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들지 말게 하시고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여름 어린이 성경학교가 열렸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던 내 조부는 신앙심이 독실해, 나를 여름 성경학교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게 했다. 그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성경 퀴즈 대회’가 열렸던 게 생각난다.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입니다.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세금을 거두는 관리이었습니다. 나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사람입니다. 내가 기록한 것들은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신약성서의 맨 처음 순서에 실려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아는 어린이 손을 들고 답을 말해 주세요.” 퀴즈 진행자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읽어 준다. 나는 답을 헤아려 본다. ‘베드로인가? 아냐. 신약성서의 맨 앞에는 마태복음이 있는데. 그렇다면 마태복음을 쓴 마태? 그래 마태 맞다.’ 그러나 선뜻 손을 들지는 못했다. 누군가가 ‘베드로’라고 말했다. 다시 누군가 ‘바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진행자는 은근히 경쟁심을 부추겼다. 맞춘 어린이 개인은 물론이지만 가장 많이 맞춘 반은 단체상을 줄 것이라 했다. 아이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주일학교 우리 반 담당 반사(班師) 선생님이 내 곁으로 당겨 앉으
- 박원기 경인교대 교수
- 2010-09-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