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음속에 오래도록 풀지 않고 담아두는 이야기가 더러 있다. 밖으로 드러내기에는 가슴이 저린, 태우 이야기가 그러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삭히기 벅찼다. 가끔 태우의 흔적이 담긴 학급문집을 보며 개구진 눈매를 기억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기를 기원했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십년, 그래도 밖으로 드러내기는 힘들었지만 용기를 냈다. 어엿한 청년 태우를 상상하면서. 엄마를 위해 회사원이 되고 싶다던 태우, 다 큰 늠름한 모습 속에도 개구진 눈매는 여전하리라. 오늘 따라 다 큰 태우와 열두 살의 왜소한 태우가 오버랩 돼 눈에 어른거린다. 교사인 나의 마음이 이러할 진데, 태우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수상의 기쁨에 앞서 아픈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기르는 이 땅의 모든 장한 어머니들께 힘찬 박수를 보낸다. 그녀들의 눈물과 땀과 애정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녀들의 헌신적인 노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임을…. 더불어 오늘도 장애우를 맡아 힘겹게 교육에 임하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의 수고 또한 잊지 않기를.
태우는 그날 아침에도 교실 문 앞까지 엄마의 등에 업혀왔다. 아침 회의를 마치고 계단을 올라오는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특유의 눈매를 반달로 만들며 선생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는 것이었다. 라일락이었다. “선생님, 태우가요, 등에 업혀오다 어디서 향기가 난다며 고개를 들고는 손짓을 하더라고요. 저기라며. 교문 바로 지나서요. 잠깐 향기나 맡으라고 멈춰 섰더니 똑 따는 거예요. 안된다고 하니, 킬킬 웃으며 엎드리더라구요. 선생님, 혼 좀 내주세요.” 태우 엄마의 말을 흘려들으며 손에 쥔 꽃을 코언저리에 가까이 대보았다. 향기로웠다. 짐짓 표정은 향기를 못 맡은 척 “이 녀석” 한마디 하며 눈을 슬며시 흘겨주었다. 태우를 처음 만난 것은 삼월의 둘째 날이었다. 삼월이라 하지만 며칠 전 내린 눈이 바로 녹지 않아 길 곳곳이 질척이고, 쌓아놓은 눈이 구정물을 뒤집어 쓴 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다. 그런 날 아침, 태우는 엄마의 등에 업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아이가 둘러멘 가방의 무게로 엄마는 더욱 힘이 들어보였다. 아이는 심장이 약했던지라 4층까지 혼자 걸어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특히 몸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에는 더욱 그랬다. 요즘이야 비상용 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