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의 잠깐 휴식기이다. 얇은 햇볕 아래 분홍빛 실타래를 짧게 묶어 놓은 듯한 자귀나무꽃이 녹색 잎 사이에서 수런거린다. 꿉꿉해서 그럴까? 하늘 밑 푸른 바다, 은쟁반, 하얀 모시 수건, 상큼한 여름빛이 물든 이육사의 시 청포도가 그리워진다. 칠월 여름날 아침이다. 구름 사이로 잠깐 해가 보이더니만 이내 한 보자기 풀어놓은 바람이 풍경소리와 함께 검은 구름을 피워 올린다. 그 짙은 녹색 바람 끝자락에는 비가 묻어있다. 출근을 서두르는 시각 사위가 점점 어두워진다. 곧이어 세찬 비가 쏟아진다. 우산도 무용지물이다. 국지성 소나기이다. 소나기는 오래 내리는 비는 아닌 좁은 지역에서 온도 차이로 만들어지는 적란운으로 인해 내리는 비이다. 소나기를 삶의 여정에 간이역이라고 비교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이에게는 갈증을 해소하는 단비가, 어떤 이에게는 일을 앞두고 곤란에 빠지게 하는 비가 될 수도 있다. 빗소리가 요란하다. 한소끔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보인다. 소나기 하면 좋은 경험과 좋지 않은 경험이 있다.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 했는데 이 두 경험은 잊힘을 거부하며 언제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좋은 일이 펼쳐지면 여유롭고 긍정적인
봄날 여린 나뭇잎의 연둣빛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담장 넘어 햇빛에 투영된 감나무 이파리의 연둣빛은 눈부시다 못해 유혹으로 망막에 내려앉는다. 이 달보드레한 연둣빛을 보며 우리의 삶도 연둣빛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지만 일 년 중 연둣빛 향연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잠깐이다. 연둣빛 삶이란 어떤 것일까? 미국의 동화 작가 타샤 튜더는 말했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답니다. 인생은 결코 긴 게 아니에요. 우물쭈물 멍하게 있다 보면 어느새 인생은 끝나 버린다.” 타샤의 말은 아름다운 시간은 짧은 시간에 지나가지만 우리는 언제나 어떤 시간이든 마음만 먹으면 연둣빛 삶을 바꿀 힘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살이란 의도한 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에게 일상을 연둣빛 삶에 견준다는 것은 무리수가 아닐까? 5월 초 며칠간의 연휴였다. 지난 2월 꽃샘바람이 요동치는 가운데 졸업하고 한동안 둘째 아이를 보지 못했다. 항상 노심초사하는 가운데 연휴 기간에 집에 온다고 하니 반가워 몇 번이나 달력을 쳐다본다. 그런데 날씨는 비바람으로 시작된다. 연휴 시작 전날 늦은 시각, 어둡기 전
1968년 3월 24일 창립된 남해국어교육연구회가 2022. 꽃밭 43호 발간을 끝으로 아쉬운 마무리에 들어간다. 남해국어교육연구회(회장 정순자 미조초 교장)는 본 군 출신의 초등교원으로 매년 회원들의 후원으로 한글날기념 백일장 행사와 남해어린이들의 글 모음집인 꽃밭을 발간해 왔다. 하지만 나날이 줄어드는 학생 수와 회원들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운상황이다. 발간사에서 정순자 회장은 “누적된 자료를 들추면 갱지에 철필로 긁고등사판으로 밀어 발간한 자료가 상당합니다. 모두가 교육을,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단에 있으면서 열정을 심어 준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긴 세월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의 현실도 녹록치 않게 변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스마트하게 변하고 학교와 더불어 학생 수, 내 고장 출신 선생님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꽃밭 어린이 문집을 43호까지 발견할 수 있었던 일도 고향에 열정을 가진 선생님들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라고 심정을 말하고 있다. 남해국어교육연구회는 경남 교원자생 연구단체 중에서도 최장수로 55년이란 긴 여정을 담아 왔다. 이제 남해국어교육연구회 남해국어교육친목회라는 명칭으로 변경하여 교단을 떠난 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