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소감> 따뜻한 사람 냄새 나는 시 쓸 터
시 쓰는 일이 밥이라면 며칠 굶겠습니다. 아니 단식에 돌입하겠습니다. 한번쯤 머리를 깨끗이 비우고 나면 사람 사는 풍경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겠지요. 밥그릇만 챙기다 보니 늘어나는 건 설거지해야 할 시간뿐입니다. 빈 그릇을 무엇으로든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겉만 번지르르한 말장난이 담길까 두렵습니다. 속 빈 강정 같은 시 말입니다. 뒤돌아보는 여유도 없이 먼발치에서 풍경만 바라보다 말 같지 않는 말만 늘여놓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시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다림질 하다말고 잠시 다리미를 내려놓습니다. 손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는지 뼈가 시려옵니다. 반듯하게 옷을 펴겠다고 무턱대고 용만 썼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다리미의 적정온도를 잊었던 것입니다. 구부정해진 척추를 바르게 펴려면 따끔한 침과 알맞은 온기에 찜질이 물리적으로 이루어져 함에도 나는 느긋함을 참지 못해 병원 문을 박차고 나옵니다. 어느 시인이 골다공증을 하늘을 날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난 몸을 가볍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못합니다. 아는 것이 있다면 뼈에 구멍이 나는 병이기에 바람이 드나드는 구멍을 열심히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연탄구멍만 빼고 말
- 정영희 전남여수 소호초 교감
- 2010-12-23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