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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이 가을, 윤수천 아동문학가의 4행시에 푹 빠지다

수원문학인의 집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메아리가 있다』 출판기념회 참가기

 

17일 해질녘, 발걸음은 수원문학인의 집으로 향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의 ‘가을과 4행시의 만남’ 행사장으로 가는 것이다. 오늘은 수원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을 많이 만날 것이다. 이번 행사에 자진하여,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사람만 30명이 넘는다. 오늘은 어떤 문학적 감동을 받을까?

 

필자가 오늘의 주인공 윤수천(82)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7월이다.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을 인터뷰했다. 당시 첫 4행시집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를 출간한 직후다. 그러니까 석 달 만에 두 번째 4행시집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메아리가 있다』가 나온 것. 작가로서 부지런도 하다. 그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하루에 몇 편의 시를 썼기에 책 한 권이 뚝딱 나온단 말인가?

 

방명록에 등록을 하고 새로 나온 시집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행사 리플렛도 받았다. 윤수천의 4행시 네 편과 ‘4행시를 읽고’ 소감과 행사 순서가 안내되었다. 진행은 수원문인협회 김경은 부회장이 맡았다. 시작하는 말, 축시 ‘가을을 노래함’(진순분 부회장)을 들으니 오늘의 주인공이 존경스럽다. 이어 축사에 수원문인협회 정명희 회장, 수원도시문화포럼 최동호(전 고려대 교수) 이사장의 말씀이 이어진다. 박경희, 이성혜 시낭송가는 ‘우리 동네 김씨 할머니'를 듀엣으로 선보인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윤 작가가 진행하는 ‘즐거운 4행시 쓰기와 감상’ 시간. 어떻게 진행할까? 강의식? 토론식? 아니면 자유발언? 모두 아니다. 작가는 참가자 중 한 분을 호명한다. 해당자는 시집을 들고 앞으로 나온다. 작가가 시집 페이지와 4행시 제목을 알려준다. 그러면 참가자는 4행시를 낭독한다. 작가는 낭독 시간이 너무 짧기에, 너무 아쉬워 낭독을 한 번 더 권유한다.

 

이어 작가는 그 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소개한다. 작품 이해가 깊어지는 순간이다. 낭독자를 소개하고 그의 작품활동도 안내한다. 작가와의 소중한 인연이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낭독자의 인간적인 장점을 칭찬한다. 대화에는 유머와 위트가 흐른다. 작가는 참가자들의 이름, 시집 이름, 개인생활까지 꿰뚫고 있다. 그러고 보니 작가는 수원문인협회 고문이다.

 

출판기념회 형식이지만 작가가 주인공이 아니다. 참가자들은 시집 발간을 축하하고 박수만 치는 것이 아니다. 참가자가 나와서 시를 읽고 작가와 대화를 나눈다. 참가자는 시인, 수필가, 소설가로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작가와 문학인으로서 삶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윤 작가는 후배들과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이 자리에서 소개한다. 흐뭇한 장면이다. 무려 아홉 명의 낭독자가 시를 낭독하고 작가와 대화 시간을 가졌다.

 

 

윤 작가는 왜 4행시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말한다. 첫 4행시집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를 읽은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시가 짧다 보니 읽는 데 부담이 없고, 시가 어렵지 않아서 이해하기 좋았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이런 시는 나도 쓰겠다”고 했다. 나는 무릎을 쳤다. 내가 의도한 바가 바로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4행시가 누구에게나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에 위안을 주는 한줄기 바람이면 더 이상 바라지 않겠다. 이번 4행시집 역시 기쁜 마음으로 썼다.

 

젊음은 참 좋아 / 아무 델 가도 좋고 / 아무 델 앉아도 좋아 / 나이까지 돌려주니 더더욱 좋아.

―「청바지」 전문

 

저녁놀 등에 지고 집으로 갑니다 /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 힘이야 좀 들었지만 / 우리 주인님의 저 콧노래 소리 좀 들어보셔요.

―「소」 전문

 

세상에 와서 처음 배우는 말 / 엄마 / 저세상 갈 때 마지막 하고 가는 말 / 엄마.

―「엄마」 전문

 

참가자들은 이 가을, 윤수천 작가의 4행시에 푹 빠졌다. 윤수천 시인은 “앞으로도 시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 읽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네 줄짜리 짧은 시를 계속 쓰겠다”며 “학식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시, 문학성에 끌려다니거나 매달리지 않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 시로 독자들과 교류하겠다”고 했다.

 

참가자 원순자 시인은 “윤수천 선생님의 짧은 시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수원의 가을은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윤수천 작가는 “시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가을 저녁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시집을 출간하고 나면 공연을 마친 빈 객석처럼 허전해지는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싯감을 찾아서 시를 모르는 분들과도 소통하려고 한다”고 출판기념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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