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인재에 대한 관심과 우려 증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첨단바이오·반도체 등 첨단 신기술 분야를 둘러싼 기술패권이 대두되고 있다. 인재 전쟁이 심화되고 주력산업 기술인력 부족이 지속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기술인력 양성과 활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수인재의 유출과 인구감소로 과학기술인재가 부족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들도 커지고 있다. 입시 때마다 의대 진학을 위해 첨단학과 진학을 포기하는 현상에 대해 걱정하는 기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현재 과학기술인재 양성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방향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과기인재 현황과 이슈
먼저 과학기술인력 양성 규모를 살펴보자.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지난 20년간 급격히 대학 입학인원이 감소함에 따라 현재 대학 입학생이 정원보다 작아진 상황에 직면하였고, 이런 상황은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표 2> 참조). 그러나 지난 20년간 급격한 입학생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공계 전공 학부생 및 석·박사과정생은 그 규모가 유지되어 왔으며, 박사과정생은 지난 20여 년간 오히려 증가하였다(<표 3·4> 참조).
이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더불어 높은 취업률로 학생 및 학부모들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된다. 그러나 향후 10여 년 내에 이공계 학부 및 석·박사생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표 3·5> 참조). 이공계 박사과정은 1999년 대비 2021년에 2배 이상 증가하였으나, 2025년 이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술인력의 양적 공급 확대와 달리 기업은 기술인력의 부족을 토로하고 있다 (<표 6> 참조). 또 의대 선호 등 진입하는 단계에서 우수인재의 이공계 기피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기술인력 부족은 양성된 기술인력이 기업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질적 불일치에 따른 것이다.
의대 선호도 지난 20여 년간 박사과정생의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졸업한 이공계 박사들의 일자리와 임금수준을 신경 쓰지 않은 질적문제의 결과이다.
지금까지와 달리 10년 이내 양적 이슈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래기술인력의 양성은 질적 고도화와 더불어 양적 확보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출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투자는 양성의 이슈를 넘어 인력의 전주기를 둘러싼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며, 양적 확대와 함께 한 명의 인재가 더욱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질적인 수준을 제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책 동향과 전망
첨단·신기술분야는 빠른 변화와 융합화, 글로벌 유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와 대학들은 첨단신기술분야 인력양성을 비롯하여 미래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술의 융·복합화에 대응하고, 빠른 기술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인력 양성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기술의 융·복합화에 대응하여 융·복합학과를 신설하고 복수전공과 관련한 제도들이 확대돼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복수전공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빠르게 변화되는 기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무전공학과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컬대학 선정대학 등 지방대학들에 무전공학과 개설을 의무화하였고, 2025년부터 수도권 대학도 정원의 25% 이상을 무전공학과로 선발하는 추진 중이다.
한편 양적 확보를 위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여 국내에 정착하기 위한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우수인력의 과학기술분야 진로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초·중등생 대상 과학·수학교과(STEM) 및 이공계 진로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대학들은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하고 첨단학과 개설, 지역사회와의 연계·협력을 위한 다양한 발전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공유대학 제도 등을 통해 수도권·지방 그리고 더 나아가 해외대학들과도 학점 및 교육과정을 교류하는 모형이 확대되고 있다. 한편 반도체 계약학과처럼 기업이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배민아카데미, 삼성 청년SW아카데미, 사내대학 등을 통해 기업들이 직접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주체로 나서고 있다.
미래 과기인재 양성 방향
미래 과학기술인재의 수요는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의존하기 때문에, 향후 미래인재 수요는 현재까지 변화보다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논의를 통해 인공지능 및 디지털 전환 등에 따른 일자리 구조 변화가 전망되었지만,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는 전문직은 물론 더 나아가 기술인력 일자리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노벨수상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술인력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현재의 전략기술과 유망 직업들은 초·중등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할 때는 이미 유망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극단의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미래, 그리고 우리가 길러내야 하는 미래 인재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바와는 다른 것을 요구받고, 다른 교육을 받고 다른 경력 경로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기술인재 양성은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관심의 증대를 기반으로 STEM 기초역량의 강화와 문제해결역량, 소통역량처럼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전이역량(transferable skills)·학습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지나치게 단정적인 진로선택과 지식학습은 오히려 또 다른 미래 인재 부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