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문제다. 지난 30년간 한국경제는 김세직(2016)에서 제시한 ‘5년 1% 하락의 법칙’에 따라 ‘장기성장률’이 매 5년마다 1% 포인트씩 하락해 왔다. 이 법칙에 따라 김영삼 정부 6%대에서, 김대중 정부 5%대, 노무현 정부 4%대, 이명박 정부 3%대로 하락해 왔다. 박근혜 정부 2%대, 문재인 정부 1%대를 통과하여 멀지 않은 장래에 0%대로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성장률 0%대의 제로성장 시대가 오면, 연간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역성장 위기를 2년에 한 번꼴로 맞아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부채 발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결합된 복합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도 급격히 감소하여 2,800여만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이 매년 소득이 감소하는 일자리에서 일해야만 한다.
성장추락으로 인한 이러한 위기적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현대 경제성장 이론에 따르면 5년 1% 하락의 법칙에 따른 성장추락을 겪고 있는 이유가 무엇보다도 교육에 있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모방형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 극복의 해법은 우리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능력인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환골탈태하는 데에 있다.
창조형 수업의 열린 문제
그런데 과연 우리 아이들의 창의적 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졸저 <모방과 창조>(2021)에서 ‘창조형 수업’을 제시하였다. 필자가 십 년 넘게 개발하고 서울대 수업에서 실제 시행해 온 창조형 수업이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할까?
창조형 수업은 무엇보다도 정답 없는 열린 문제가 핵심이다. 이 수업은 기존 지식을 끊임없이 반복 암기한 후 그 지식에 입각하여 정답을 맞히는 전통적인 수업과 반대되는 수업이다. 창조형 수업은 열린 문제를 매주 일주일 과제로 내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은 이 열린 문제 과제에 대해 일주일 동안 나름의 리서치와 상상을 통해 자신만의 창의적 생각을 매주 하게 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열린 문제 과제들은 그 주에 배우는 수업 내용과 관련된 문제들을 내는데 이번 학기 필자의 수업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다. 첫 번째 주에는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유토피아를 상상하여, 그 나라에 이름을 짓고, 그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콩트 등으로 표현해 보시오’와 같은 과제가 주어졌다.
유토피아라는 주제에 대해 배운다면, 기존의 모방형 수업방식 아래서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시작하여 유토피아에 관한 학자나 사상가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교수자가 정리하여 가르치고 학생들이 그 내용을 반복해 외우는 것에 그치게 된다. 그러나 창조형 수업은 이런 열린 문제를 통해 학생들이 남들이 생각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스스로 생각해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3주 차 열린 문제는 “시간을 저축할 수 있을까? 클래식 팝인 짐 크로스(Jim Croce)의 ‘Time in a Bottle’을 들어보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시간을 저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보시오”였다. 경제학의 중요한 주제인 시간과 저축에 대해서 기존 경제학 지식을 수동적으로 외우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는 훈련을 하는 문제였다.
이렇게 열린 문제 과제들을 통해 창의력 훈련을 한 학생들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도 열린 문제를 푼다. 예를 들면 ‘시간(time)을 그림으로 그려 보시오’와 같은 문제를 냈고, ‘창업 아이템으로 ‘시간에 관한 게임’을 창의적으로 개발해 보고 설명하시오’와 같은 문제도 냈다.
또 “‘각주구검’의 고사에서 칼이 강에 빠진 위치를 배에 표시하는 ‘각주’의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람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우화를 각색해 보시오” 같은 문제를 냈다.
발명 수업
이렇게 열린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창조형 수업은 발명 수업이기도 하다. 필자가 열린 문제로 내는 유형 중의 하나는 ‘비현실의 현실화 문제’이다. 학생들에게 비현실적인 상황을 상상해 보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게 하는 문제유형이다.
예를 들면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라는 그림을 보여주고, ‘그림에 나오는 낮과 밤의 공존과 같은 비현실적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를 제시하시오’와 같은 문제를 던진다. 혹은 ‘일 년 내내 섭씨 30도가 넘는 불나라가 있다. 이 나라에서 얼음을 화폐로 도입하는 효율적인 방법은?’과 같은 문제를 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은 화폐를 상상하여 제시하고 이를 화폐로 도입하는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시오’와 같은 문제를 낸다. 이 열린 문제에 대한 가능한 답 중 하나는 비트코인이다. 이 열린 문제에 대한 답을 비트코인의 아이디어가 등장한 2008년 이전에 우리 학생 중 누군가가 생각해 냈다면 본인도 세계 제1의 부자가 되고, 우리나라의 성장률도 크게 반등했었을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이런 열린 문제는 학생들이 이 세상에 없던 것을 발명하는 것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생각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발명을 훈련하는 발명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성 수업, 행복 수업
창조형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열린 문제 과제에 대해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생각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즉 심포지엄식 수업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다 더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 훈련을 하게 된다.
더해서 정답이 없는 열린 문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창의적 답안들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름(다양성)의 가치를 체화하고,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도 똑같이 존중해 주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는 점에서 인성 수업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창조형 수업은 행복 수업이다. 창조형 수업에서는 열린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주체적인 자아를 자연스럽게 찾아가게 되면서 학생들이 행복해지는 수업이다.
실제로 지난해 봄 학기 수강한 학생들에게 서베이 한 결과에 따르면, 수강생 26명 전원이 전통적 모방형 수업보다 창조형 수업에서 훨씬 더 행복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표현에 따르면, 창조형 수업은 ‘정답을 도출할 필요가 없고, 나의 주장이 하나의 정답이 되는 수업이라는 점에서 존중받는 기분이 들고 아주 즐거웠다’ 혹은 ‘답이 없는 문제, 고민할수록 괴로운 것이 아닌 즐거운 상황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매우 즐거웠다.’
맺음말
창조형 수업은 우리 학생들에게 이 시대 최고의 자산인 창의력을 키워주는 수업이다. 더불어 우리 학생들이 반 이상 쓸모없는 지식을 외우느라 스트레스받는 대신 수업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찾고 행복해지는 행복 수업이다. 그리고 나라 경제를 살릴 크고 작은 스티브잡스, 마크 저커버거들을 키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비법이다.
이제라도 전국에 계신 뜻있는 선생님들이 앞장서서 사랑하는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나라를 구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수업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창조형 수업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선생님들부터 힘을 모아 이러한 창조형 수업을 뒷받침할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내는 개혁에 앞장서시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