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개별 학교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학교교육 전반 현황만 공개할 뿐이다. 대입을 위한 지나친 학력경쟁 때문에 학교의 평가 성취 등에 대해 체계적 비교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우리와 같은 평준화 제도하에서도 학교평가를 통해 질적 차이를 해소하고 전체학교가 바람직한 수준으로 가도록 하는 데 성공한 영국의 사례를 최근 발간된 한국교육개발원(KEDI) '포지션 페이퍼'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영국은 1992년 학교 평가를 전담하는 독립 부서인 교육기준청(OFSTED)을 설립, 교육법 ‘섹션 9’에 의해 국무대신(the Secretary of State)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초·중등학교와 특수학교는 매 4년마다 평가를 받고, 그 이후는 6년마다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독립된 학교평가기구인 교육기준청(OFSTED)의 평가인력은 연간 5300명(직원 2700명별도), 평가 비용만 연간 7000만 파운드(약 1500백억 원)를 쏟아 붓는다. 한 해 평가하는 학교는 4000여 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KEDI가 교육부 의뢰로 2002년 처음 국가 수준의 학교 평가를 실시했다. 방문 평가 대상 학교는 100개(전체 학교 10400개)에 그치는 샘플 평가였으며 방문 평가 기간도 하루 이틀에 불과했다. 2003년 연간 투자금액도 1억 원으로 신뢰성 타당성에 한계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작년 10월 열린 ‘시·도교육청 학교평가 발전방향 탐색 세미나’에서 강상진 연세대 교수는 “시·도교육청 학교평가가 현장에서 교사의 교육활동이나 학생의 학습활동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학교평가 문제점의 본질이 학업성취도를 비롯한 교육의 성과변수가 누락된 점과 학교별 책무의 한계에 대한 개념의 미흡,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한 정보의 환류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는 평가 결과는 보고서로 만들어 의회에 보고하며 언론과 인터넷에도 공개한다. 해당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들의 평가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평가단은 학교 측에 개선 계획을 세우도록 요구한다. 부실기업에 워크아웃을 시키는 것과 같은 형식이다.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고 평가된 '실패학교(failing school)'에 대해선 정부가 특별 지원한다. 재정을 더 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교를 정상화시킨다는 뜻이다. 반면 2년이 지나도록 만족할 만큼 개선되지 않으면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한다. 경쟁력 없는 학교는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OFSTED 창설 이래 10년간 1288개 학교가 개선명령을 받았고, 그중 190개 학교가 폐교됐다. 이 경우 교장 이하 교직원들 모두를 거의 전원 교체하고, 학교 이름도 바꾼 뒤 학생들이 새로운 교육을 받도록 한다. '평가를 통한 향상'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주후 KEDI 연구위원은 “수준에 미달하는 학교를 치유하는 후속조치가 반드시 뒤따르는 영국은 평가결과에 따라 실효성 있는 행동과 조치를 취한다는 점에서 국가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설정하는데 참고하는 수준의 우리의 평가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평가체제는 1990년 교육기준청(OFSTED)이 설립되기 이전, 영국의 왕실장학단(HMI)이 하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받은 학교에 대해 평가 결과를 피드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의 교육활동을 직접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없는 평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지난 세미나에서 김영윤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의 지적대로, 우수학교 보상 뿐 아니라 문제가 있는 학교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교육 정상화를 이루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