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9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인터뷰

산만함, 조금 다른 방식의 배움 필요해

이사비나 교사 인터뷰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한 것
‘결핍’ 아닌 ‘특성’으로 이해해야

훈육·통제보다 전문적 접근 절실…
환경 조정 등으로 도울 수 있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주의력이 눈에 띄게 부족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생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학급 전체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도 산만한 학생이 있었지만, 최근 그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이사비나 교사도 “온라인 수업과 불규칙한 생활,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면서 학생들이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고 동의했다. 지루함을 느끼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과제 실행을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단순한 훈육이나 통제보다 주의력 저하의 원인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전문적인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산만한 학생들을 만나고, 학습 부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산만함을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의지 문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런 접근은 학생 스스로 ‘나는 원래 안 되는 애’라고 낙인찍게 만든다”고 했다.

 

그때부터 ‘산만함’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산만한 아이들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산만한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게 도울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했다.

 

이 교사는 ‘산만하다’는 표현에 어떤 부정적인 의미도 담지 않는다. 여러 성향의 하나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산만함을 문제로 보느냐, 가능성으로 보느냐는 전적으로 어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만히 앉아 집중하고, 암기를 잘하는 아이들을 추앙하듯 보는 시선이 있어요. 이런 시선 때문에 산만함이 ‘결핍’처럼 느껴지는 거죠. 하지만 산만함은 아이의 특성입니다. 뇌의 독특한 정보 정리 방식일 뿐, 고쳐야 할 문제 행동이 아니에요. 오히려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자산이 되기도 하죠. 중요한 건, 이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를 어떻게 잘 다듬어주느냐입니다.”

 

산만함의 원인 중 하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전두엽은 주의력과 행동,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전두엽이 약한 아이들은 쉽게 산만해지고 주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교사는 “전두엽이 담당하는 기능은 생활뿐만 아니라 학습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산만한 아이는 주의 집중력이 약한 아이, 실행 기능이 부족한 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최근 이 교사는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실에서 산만한 학생들을 지도했던 경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자녀의 공부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썼던 과정과 노하우를 책 ‘산만한 아이의 공부법은 따로 있다’에 담아 펴냈다.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교사이자 부모의 이야기다.

 

그는 “모든 아이는 ‘잘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는데, 산만한 아이도 다르지 않다”며 “특성을 이해하고 ‘목표한 것을 어떻게 성취하느냐’를 가르쳐주는 것이 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깨우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겉모습보다 두뇌 발달 속도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두엽 기능이 미성숙한 아이들은 감정 조절, 시간 관리, 과제 시작과 마무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 자체를 단순히 ‘게으름’이나 ‘무례함’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또 일관된 루틴을 만들고 시각적 도구 활용을 추천했다. 타이머 사용법, 계획하는 방법 등 실행을 중심으로 한 코칭도 도움이 된다. 이 교사는 “무엇보다 작은 칭찬이라도 잊지 않고 해줌으로써 한 번 더 도전할 동기를 끌어 올려주는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교실에서 활용할 방법도 소개했다. 주의력은 크게 시각 주의력과 청각 주의력으로 나뉘는데, 시각 주의력이 약한 학생에게는 ▲할 일 목록 ▲오늘 수업 흐름 ▲과제 순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말로 설명하는 것을 잘 따라가지 못하거나 주변 소음에 쉽게 방해받는 청각 주의력이 약한 학생에겐 ▲짧고 또렷하게 지시하고 ▲한 문장씩 끊어서 전달한 후 ▲‘지금 뭐 해야 하지?’ 확인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이 교사는 “산만한 아이도 배움을 갈망한다”면서 “때로는 게으르고 공부에 관심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나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산만함은 결코 나쁜 게 아닙니다. 단지 조금 다른 방식의 배움이 필요할 뿐이에요. 우리가 그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면 전략적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요. 더 많은 어른이 이 아이들의 마음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