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펼쳐지는 뮤지컬. 언뜻 보면 두 장르는 사뭇 달라 보이지만,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오늘은 영화를 무대 위로 옮긴 두 편의 공연을 소개한다. 알고 보면 감상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줄 원작의 감상 포인트도 함께 전한다.
영화 <비틀쥬스>
뉴 잉글랜드에 새 집을 구입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아담과 바바라 부부. 어느날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되고 만다. 그러나 생전의 행복했던 날을 떠올리며 집에 머무르는데, 새롭게 이사온 찰스 가족이 초현대적이고 으시시한 분위기로 집을 바꿔버리고 만다. 이때 장난이 심한 유령 '비틀쥬스'가 나타나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아담 부부를 위험에 빠뜨리고 만다.
1988년 개봉한 영화 <비틀쥬스>는 독특한 세계관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평단에서는 '팀 버튼의 상상력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을 받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 전미 비평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뮤지컬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의 관건은 독창적인 상상력과 비주얼을 가진 팀 버튼의 세계관을 무대 위에 옮겨내는 것.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뮤지컬 <킹콩>의 작곡가, <물랑루즈!>의 연출가, <해밀턴> <디어 에반 핸슨>의 무대 디자이너, <라이온킹>의 퍼펫 디자이너가 완성한 뮤지컬은 2019년 브로드웨이 개막과 동시에 토니 어워즈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호평을 받았다.
초연 2년 만에 전세계 최초로 제작된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 역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공중 부양, 불꽃 연출, 거대한 퍼펫과 변화무쌍한 무대 세트 등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무대 위에 구현해낸 덕분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을 이끈 배우들과 뉴 캐스트가 어우러져 새로운 하모니를 이뤄낸다. 정체 불명의 저승 가이드이자, 100억 년 묵은 악동 유령 ‘비틀쥬스’ 역은 정성화, 정원영, 김준수가 맡는다. 그와 함께 극을 이끄는 리디아 역은 홍나현, 장민제가 맡는다. 신참 유령 부부 바바라·아담 역에는 박혜미와 나하나, 이율과 정욱진이 캐스팅됐다.
2025년 12월 16일~2026년 3월 22일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
만화영화 더빙 성우 다니엘은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영웅이지만, 생활력은 빵점이다. 실직을 거듭하던 끝에 결국 이혼을 당하고, 주 1회만 아이들을 보는 것이 허용된다. 아이들을 그리워하던 끝에 그는 은발의 가정부 할머니로 변신해 가족 앞에 나타난다.
<그렘린> <해리 포터> 시리즈 등으로 친숙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영화로, 1994년 개봉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원작 영화가 사랑을 받은 이유의 중심에는 로빈 윌리엄스가 있었다. 다니엘과 노부인 다웃파이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그의 재능을 볼 수 있고, 성우라는 설정에 걸맞은 목소리 변화, 능청스러운 연기는 관객들을 단숨에 몰입시켰다.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경쾌한 록뮤직에 맞춰 청소기와 빗자루를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 100년사'에 꼭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에 꼽힐 정도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중심 역시 1인 2역(?)을 맡는 배우에 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코믹함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배우 황정민, 정성화, 정상훈이 맡았다.
공연 중에는 20회가 넘는 퀵체인지(의상·분장을 빠르게 바꾸는 것)가 일어난다. 8초만에 후줄근한 남방 차림의 중년 남성에서 블라우스와 앞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노부인이 되기 위해 배우들은 다른 작품보다 연습 기간을 두 배 가까이 들였다고 한다.
황정민은 현실적인 아버지의 무게와 회한을, 정성화는 웃음과 눈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기를, 정상훈은 재기발랄한 감각과 따뜻한 부성애로 저마다의 매력을 담은 다웃파이어를 선보인다.
2025년 9월 27일~2025년 12월 7일
샤롯데시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