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교원무시 정책과 체벌교사 112신고,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사폭행 등으로 99년 교육계는 희망보다 절망을 많이 이야기했다. 모든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새천년 희망의 교육을 기대하는 의미에서 '진주목걸이 촌지' 사건을 돌아본다.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맡고 있는 김모교사가 한 학생으로부터 진주목걸이를 받았습니다. 부모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이를 통해 선물을 건넨 것입니다"
지난 6월 초 일부 신문과 방송에 '진주목걸이 촌지'가 등장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선생님이 그걸 뿌리치지 못했나보죠", "워낙 진주알이 굵었나 보지…"라는 학부모들의 비아냥 인터뷰도 뒤따랐다.
이른바 '귀금속 촌지' 사건이다. 이 일로 언론의 뭇매를 맞아 만신창이가 된 김교사는 교육청으로부터 '감봉 1월'의 징계까지 받았다. 김교사뿐 아니고 동료 교직원들이 받았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전말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진주목걸이는 싯가 1만원 상당의 중국산으로 밝혀졌고 김교사에게 내려졌던 감봉 1월의 징계는 교육부교원징계위원회에서 취소됐다.
◇사건의 발단=김교사는 스승의 날 한 학생이 가져온 선물을 받았다.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정표라고 생각하고 받았다가 학생들이 하교한 후 뜯어보니 '아이가 아주 즐겁게 학교에 다니는 것이 고맙고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르치고자 한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김교사는 다음날 아이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선물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시어머니가 친구에게 받은 선물로 중국산이며 값싼것이니 개의치 말고 받으라'는 답변을 들었다. 재차 간곡히 돌려주겠다고 하고 기다리던중 지방 신문의 기자가 찾아와 유도성 질문을 하고 이 내용을 녹음, 보도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사건이 확대되자 김교사는 학부모를 찾아가 이를 되돌려줬다.
김교사는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했으나 정년을 앞둔 교장에게 누가 될까하는 마음과 '사건을 확대하지 말라'는 학교측의 만류에 속앓이를 하다 감봉 1월의 징계를 받았다.
◇학부모 입장=선물을 준 학부모는 진술서와 탄원서를 통해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중국에서 사온 값싼 선물 하나로 선생님과 우리 가족이 이렇게 괴롭힘을 당할 줄 몰랐다"며 "언론의 보도처럼 고가의 것을 주고 받았다면 지탄받아 마땅하겠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작은 정성을 드렸을 뿐인데 일을 이렇게 과장시킨 기자가 정말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재심위 판단=문제가 된 목걸이를 직접 산 사람은 중국에서 1만원을 주었다고 하고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이 직접 가져올 정도의 것이라는 점을 볼때 고가의 진주목걸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김교사의 강요도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규명 없이 고가의 귀금속이라고 왜곡보도한 기사내용에 근거하여 징계처분한 것은 지나치다. 감봉 1월을 취소한다. 인사기록카드를 정리하고 그동안 미 지급된 보수를 정산하여 지급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