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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변화와 준비

세밑 한파가 연초까지 이어져 날이 세찹다. 바람 끝은 시리지만 바다 공기는 신선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돌아봄을 챙길 겸 햇볕을 마주하는 카페에서 윤슬의 현란한 군무를 보며 여유를 부려본다. 가까운 곳의 윤슬은 거울 조각에 반사된 반짝임을, 멀리 보이는 윤슬은 작은 물굽이를 만들며 흔적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쉬지 않고 변하는 윤슬을 그냥 같은 반짝거림이라고 하기에는 아쉽다. 윤슬의 변화를 보며 2025년을 요약한 사자성어를 떠올려 본다.

 

 

2025년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를 선정했다. 변동불거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2024년의 사자성어는 도량발호(跳梁跋扈)로 이는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이었다. 이 변동불거란 성어는 양일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추천한 것이다. 양 교수는 해당 사자성어를 추천하며 “지난 연말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2025년 봄에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탄핵했다”며 “계엄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으로 여야는 내내 대결했으며 국회와 광장, 법정과 언론은 공론장의 역할을 다하기는커녕 줄곧 독설과 궤변만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역에서는 변화무쌍한 세상을 변동불거로 표현하며 항상 변하고 움직이면서 어느 한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올해뿐만 아니라 한국의 현대사는 격동의 연속이었으며 격변하는 시대에는 우왕좌왕하기에 십상이며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쉽게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은 사자성어는 천명미상(天命靡常)이다. 이는 “하늘의 뜻은 일정하지 않다”는 의미로 김승룡 부산대 교수가 추천했다. 김 교수는 “하늘은 누구에게도 특혜를 주지 않고, 덕 있는 사람과 단체를 도울 뿐이라는 뜻”이라며 “권력 유무와 상관없이 사회·생활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3위는 ‘추지약무(趨之若鶩)’가 선택됐다. “소문을 듣고 학자들이 오리 떼처럼 몰려들어 좌석이 항상 가득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군중 심리의 과열과 쏠림을 비유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변동불거의 유래와 고전적 배경을 살펴본다. 변동불거는 중국 고전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주로 세상의 이치와 자연의 흐름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고전 철학에서는 세상을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하고 변화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특히 도가와 유가 사상 모두 변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는데, 변동불거는 이러한 사상적 전통을 압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의 사계절이 멈추지 않고 순환하듯, 인간 사회 역시 정체된 상태에 머무를 수 없다는 인식이 이 사자성어에 깔려 있다. 고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스스로를 조정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변동불거는 단순히 혼란과 불안을 묘사하는 말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자세를 성찰하게 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변동불거를 지난 2025년 사회 현실과 비교해 본다. 2025년 한국 사회를 둘러싼 환경은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변동의 연속으로 요약된다. 정치적으로는 권력 구조의 재편과 제도적 갈등이 지속되고, 사회적으로는 가치관의 다원화와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산업 현장에서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확산이 기존의 일자리 구조를 빠르게 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라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불거’, 즉 머무르지 않는 변화의 상태라는 표현이 설득력이 있다. 교수들이 변동불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이유 역시, 한국 사회가 일시적인 혼란이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면 변동불거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변동불거는 단순히 “세상이 혼란스럽다”는 감정적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이 사자성어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그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변화 자체를 부정하거나 과거의 안정된 질서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태도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경고다. 대신 개인과 사회 모두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정치 영역에서는 합의와 조정의 능력, 경제 영역에서는 구조 전환에 대한 대비, 개인 차원에서는 평생 학습과 역량 전환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자정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신 흐르는 물과 폭포는 신선함과 운동성을 더하여 변화를 추구하며 흘러 적응한다. 이처럼 변동불거는 변화의 불안만을 강조하는 사자성어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질문형 사자성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변동불거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다. 끊임없이 변하고 멈추지 않는 사회 속에서, 안정은 더 이상 주어지는 조건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숙제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 인식을 바탕으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변화에 대응하는 지혜와 태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변동불거를 통해 우리는 지난해를 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선택과 준비가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숨 쉬는 시점은 넘쳐나는 인공지능 기술과 빠른 변화로 오늘의 편리성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의 구형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의 속도를 읽어내고 고정된 사고가 아닌 변화와 진화의 사고를 해야 한다. 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 그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과 균형 잡힌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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