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09.19 (목)

  • 흐림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4.1℃
  • 구름많음서울 26.8℃
  • 구름많음대전 24.2℃
  • 맑음대구 26.3℃
  • 흐림울산 25.0℃
  • 구름조금광주 25.9℃
  • 맑음부산 27.7℃
  • 구름조금고창 24.7℃
  • 구름많음제주 27.9℃
  • 흐림강화 24.8℃
  • 구름많음보은 22.9℃
  • 구름조금금산 23.9℃
  • 구름조금강진군 25.2℃
  • 흐림경주시 25.6℃
  • 맑음거제 25.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학술·연구

"거짓말? 아니, 사실을 전부 쓰지 않을 뿐!"

'새역모'를 반대하는 일본학자가 분석한 11개국 역사 교과서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를 해소할 방안은 없는가. 한·일 양국 이외 다른 나라는 교과서 역사 기술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모든 나라가 자국 사관에 입각해 역사를 적고 있는가. 아니면 객관적 진실을 기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한국의 역사교과서는 문제가 없는가. 일본인 학자 11인이 11개국의 초·중·고 역사교과서 중 주로 근·현대사를 분석한 ‘세계의 역사교과서’(작가정신)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5년 전 중학교용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들 때, 이의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씌어진 책이다.

한·일 교과서 대화의 핵심멤버로 활동해온 양심적 지식인 이시와타 노부오(도쿄대 교육학부 강사)는 한국과 일본의 교과서가 지닌 가장 큰 문제는 적대관계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우경화가 한국의 배타적 내셔널리즘을 부추기고, 한국의 내셔널리즘이 다시 일본의 우경화를 강화시키는 식의 악순환을 교과서가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한·일 갈등이 극에 이른 요즈음, 11개국 교과서를 분석한 이 책이 내린 결론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각국이 같은 역사를 두고 각기 다르게 인식하거나 기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날조'라기보다 '선택' 또는 '추출'의 기술방식 때문이다. 즉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만든다'기보다는 사실을 전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 한국… 민족주의 사관에 의거한 역사
한국인은 학교교육의 영향으로 거의 똑같은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교과서는 한국사 전체를 민족독립사 또는 민족발전사로 기술한다. 민족주의사관은 자민족을 상대화하거나 객관하기 어렵고 불편한 역사를 숨기게 되는 약점을 지닌다. 고대사 인식에 있어서, 중국을 받아들이는 데 대해서는 자율적 수용론을, 일본에 대해서는 문화를 가르치고 전수했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듯한 시혜론(施惠論)을 펼친다. 단일민족임을 강조하면서 타민족과의 공존을 경시하고 그 사람들의 존재를 무시한 채 역사를 바라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안중근의 시대적 한계나 임나일본부 존재의 물증 ‘왜철’ 존재를 무시하는 것 등을 그 예로 적고 있다.

■ 중국…항일전쟁 생생, 사실적 표현
중국의 역사교과서는 신해혁명 이후 1945년까지를 민족해방의 역사로 보며, 항일전쟁 승리까지의 역사를 구체적인 전장, 전략, 전술 등을 포함,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교과서의 목표는 애국심 중국공산당에 대한 사랑 사회주의 건설 당의 기본 원칙 엄수로 모든 교과서가 그 규범을 지키고 있다. 기술 내용은 틀에 박혀 있으며 마르크스레닌주의 대한 해설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경제 도입으로 과학기술사, 문화사 중심으로 기술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미약한 수준이다.

■ 싱가포르…일본 점령에 엄격, 명쾌한 기술
일본인의 식민 지배를 지옥 같았다고 인식하며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일본 점령기에 대한 기술이 월등히 많고 원폭투하를 제국주의 종말의 당한 귀결로 여긴다. 1980년대 일본의 교과서가 ‘침략’을 ‘진출’이란 단어로 바꾸자 이에 대한 반발로 원래 18페이지였던 일본에 대한 기술을 78페이지로 네 배나 강화했다. 또 9년이었던 검정주기를 5년으로 바꾸면서 우경화되어가는 일본에 대한 경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경제력에 육박하는 튼튼한 경제력을 갖춘 싱가포르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는 달리 일본 점령에 대해 명쾌한 태도를 취한다.

■ 베트남…과거를 딛고 미래를 지향하다
주변 아시아국가 기술에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2차 세계대전은 건국과 독립선언이 있었던 8월 혁명의 일환으로 설명되고 프랑스 식민지배 이후의 역사는 굴욕과 비극의 시대를 주체적인 노력으로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민족해방투쟁사로 기술한다. 베트남전으로 수많은 나라 군대로부터 피해를 받은 베트남 정부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으며, 일본 프랑스 미국이 나쁘다는 인식은 별로 하지 않고 있으며, 식민지 근대화론을 아직까지는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취한다.

■ 인도네시아…독립 쟁취의 역사 중심 기술
근·현대사는 350년에 걸친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일본 점령시대 그리고 독립 후로 나뉜다. 일본군 점령은 3년 반이었지만 교과서에는 ‘호랑이(네덜란드)의 압정에서 악어(일본)의 압정으로 변했을 뿐’이라며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중학교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 묘사에 충실한 편이나, 고교 교과서에는 일본 점령기를 ‘악어(일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에너지를 일으킨 시대’였다고 긍정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 독일… 2차 대전의 책임 인식 ‘명확’
주마다 교육정책이 다르며 교과서 또한 배포가 아니라 대여가 원칙. 국내사와 세계사를 구분하지 않고 지배와 피지배, 가해국과 피해국의 관계인 폴란드와는 지속적인 교과서 대화를 하고 있다. 2차 대전에 대한 전쟁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며 그 배상으로 약 60조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내놓았다. 과거 문제를 일부 정치가나 지배자의 행위로 보지 않고 가능한 한 국민전체의 문제로 파악하려는 자세를 취하며 과거를 현대의 문제와 연결시켜 생각하고 있다. 히틀러가 수상에 오른 것을 ‘정권 탈취’ 또는 ‘장악’이라고 표기했던 것을 ‘정권 이양’ 또는 ‘수상 임명’으로 바꾸어 표현하면서 피해자의식을 버렸다.

■ 폴란드…전쟁 중심 기술, 호전되는 대독 감정
시대마다 세계 전체와 개별 폴란드를 나누어 서술하며 전반적으로 전쟁에 관한 기술이 많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관해서는 아주 짧게 설명하고, 바르샤바 봉기에 대해서는 사진이나 지도를 포함해 6페이지에 걸쳐 길게 기술한다. 1990년대 이후로 독일과의 관계가 급격히 호전되어 독일의 과거사에 대해서는 상세히 다루지만 독일을 증오하는 느낌은 없다.

■ 영국…'식민지 근대화론' 저변에 깔려
고대에서 현대까지 통사적으로 한 권에 정리되어 있지 않고 고대는 고대, 중세는 중세 한 권으로 되어 있다. 케냐 남아프리카 등 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 흑인에게 혹독한 정책을 취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며 식민지에서 행한 광산 개발 등 ‘근대화 문명화’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다. 문명화에 영국이 공헌했다는 말은 없지만, 저류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흐르고 있다.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실시하는 영국은 ‘좋은 교과서는 남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네덜란드…독일에 대한 불안, 가해 사실 회피
새롭게 대두되는 독일 네오나치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한 장 전부를 독일에 할애하고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를 일관되게 기술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식민지배는 토지와 노동력 때문이었다고 기술하고, ‘네덜란드인의 꿈 실현’이라고 간단히 다룬다.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기술은 보이지 않는다.

■ 미국…1000페이지 넘는 교과서, 베트남전 중요
주 교육위원회 채택기준에 맞춰 만들어지며 수업은 교과서위주의 토론으로 이루어진다. 식민지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400년을 다루는데 1000페이지에 가깝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는 30~60페이지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미국의 공식입장은 ‘공산주의자들의 ‘agression(침략)’으로부터 베트남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 일본…'공존'을 부정하는 단선형 역사관
고대부터 쇼와(1925~1989)시대까지 일직선으로 발전해왔다는 ‘단선형 일본사’의 관점으로 서술한다. 그렇기 때문에 16세기 류큐왕국, 동북지방의 아이누족의 역사 등 탈락된 역사가 많다. 단일민족설에 기초한 이 ‘단선형 역사’는 여러 민족이 힘을 모아 역사를 만들어온 ‘공존’을 부정한다. 전쟁책임에 대한 기술이 명확하지 못하며, 있다 해도 사실만 나열할 뿐 피해와 가해의 내용을 딱 부러지게 구별하자 않는다. 1994년부터 논의되기 시작, 1997년부터 종군위안부 문제가 실리기 시작했으나, 이때부터 황국사관이 부활하면서 각지의 여러 우익단체들이 자학사관을 비판하며 지금의 근현대사 서술에 불만을 품고 ‘자랑스러운 민족 역사의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