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인 아이가 학교에서 맞고 왔다”며 한 학부모가 상담을 해왔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여러 명이 집단으로 구타를 했고 같은 반 급우들이 보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다.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불안해하고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같은 반 급우들에게서 당한 일이고, 더군다나 주변의 아이들까지 다 지켜보는 상황이었다면 그 수치심과 모욕감은 상당히 컸을 것이다.
이런 경우 우선 아이에게 심리적, 정서적인 지지를 해줘야 한다. 아이 스스로 가질 수 있는 “내가 못나서 맞았다”는 자존감의 상처가 깊어지지 않도록 일차적으로 학부모가 지원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미 공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인 만큼 학교에 공식적인 도움 요청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담임선생님께 일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폭력의 비정당성과 위험성에 대한 판별은 학급 차원에서 명백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처음 발생한 일인 만큼 재발의 가능성에 더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이다.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게 사과하고 재발하지 않는 각서를 반드시 쓰도록 해야 하며, 이때 각서는 향후 재발 시 가중처벌을 할 수 있는 효력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적절한 처벌 또한 주어져야 하는데, 처벌내용은 가해학생들의 환경적인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청예단 같은 기관에 연결을 해준다면 가해학생들에 대한 집단 프로그램 후에도 개별적인 관계가 지속되도록 조치할 수 있다.
아울러 아이가 다시 학교에 잘 적응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학부모가 아이의 교우관계에 신경을 써줄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혹여 학부모가 모르고 있는 아이의 성격적 특성이 아이의 친구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가까운 지역 청소년상담실을 찾아 심리검사를 받아보는 동시에 이번 일이 충격으로 남지 않고 극복될 수 있도록 상담 받기를 권한다. 계속해서 아이의 학교생활, 친구관계 등에 관심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임재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