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국립특수교육원 보고서 ‘중·고교 교과서 장애관련 내용 분석’에 따르면, 중·고교 국어, 도덕, 사회 교과서에는 적지 않은 분량의 장애관련 내용이 수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아직도 ‘벙어리’ ‘맹인’ 등의 적절하지 않은 용어가 쓰이고 있는 사례나, 비장애인에게 고통 받는 폭력의 대상, 또는 동정과 자선의 대상과 같은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즉 교과서를 읽다보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해도 결론은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는 것으로 점철된다는 것이다. 우이구 국립특수교육원 연구위원은 “적합하지 않은 용어와 삽화의 시급한 수정은 물론 중등 교과서는 초등과 달리 다양한 교과서가 출판되고 있는 만큼 장애관련 내용을 다룰 때 필요한 기본 지침을 교육부가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작품 용어도 ‘각주’달아 바른 예 제시해야
■ 용어분석=직접적인 장애관련 용어인 ‘불구, 벙어리, 반벙어리, 언청이, 귀머거리, 장애자’ 등과 같은 용어가 국어, 도덕, 사회 교과서 곳곳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장애인의 능력보다 신체적 결함만을 강조한 것이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상태를 비하하는 용어이므로 수정이 요구된다.
사회과의 경우 대부분 인종차별 성차별과 관련된 소수의 권리 보장, 편견 타파, 평등과 같이 인권존중에 대한 용어가 장애관련 용어와 같이 사용되는 등 간접적인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중2 사회 교과서(금성출판사)에서 행복추구, 평등권, 자유권과 함께 ‘고흐의 귀가 잘린 그림’ 등이 함께 실린 것이 그 예다.
또 국어과의 경우 장애관련 용어는 중1 교과서 ‘흰 종이수염’중 ‘외팔뚝이’나 중2 ‘나의 슬픈 반생기’중 ‘문둥이, 문둥병’ 등 대부분 문학작품에 수록되어 있다. 문학작품 속에서 장애관련 용어가 잘 못 쓰여 있다 할지라도 작품을 수정할 수는 없으므로, 관련 단원 지도 시 바람직한 용어에 대한 안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사용지도서에 언급하거나 교과서에 ‘각주’ 형태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동정·자선 대상’ 전형적 이미지 벗어나지 못해
■ 장애인 묘사에서 드러난 장애인관 분석=초등 국어교과서 읽기에 개인차 및 다양성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화(가끔씩 비오는 날, 항아리의 노래)가 수록된데 비해, 중등 국어교과서 문학작품에서 들어나는 장애인관은 비장애인에게 고통 받는 폭력의 대상, 또는 동정과 자선의 대상과 같은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덕교과서에서 봉사활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봉사활동의 대상으로 장애인이 묘사된 경우가 많이 있는데 중3 ‘궁극적가치의 탐구’중 ‘9에서 5를 빼려면 30분은 끙끙거려야’라는 표현이나 ‘오히려 그는 늘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등의 설명, ‘휠체어를 탄 사람을 다른 사람이 밀어주는’ 삽화 등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중3 교과서 151쪽의 ‘한 사람은 눈을 가리고 맹인 되고 한 사람은 입을 가리고 벙어리가 되어, 벙어리가 맹인을 안내해 본다’는 지침은 매우 심각하다. 장애체험활동 내용이 초등학교 수준에서 전혀 발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용어도 ‘청각· 시각장애인’으로 시급히 수정되어야 한다.
사회교과서의 경우 시민단체 활동과 민주시민의 역할의 하나로서 장애인 봉사활동이 삽화나 사진으로 제시되어 있다. 삽화에 대한 직접적 설명이 없거나 ‘장애자’라는 부적절한 용어(고교 사회,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가 쓰인 경우는 있어도 장애차별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표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