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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5> 피해학생은 알려야 한다

평소 명랑하고 엄마에게도 말 잘하던 A학생(중2·남)이 갑자기 말이 없고, 얼굴에 그늘이 진 얼굴이 되었다. 혹시 정말로 tv에서만 본 ‘학교폭력’문제가 내 아이에게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 아이에게 이리저리 말을 붙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본다. 그러나 아이는 어떤 말도 속시원히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며칠전 K씨는 아이 팔에서 두어개의 멍자국을 발견했다.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볼펜 끝으로 찍혔다가 퍼져서 생긴 듯한 빨간 멍자국이 있다. 이것에 대해서도 물으니 아이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누나하고 말하면서 ‘패버렸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것도 같고, 얼마전부턴 가끔씩 ‘전학 보내달라’는 말을 했다. 이유는 그냥 아이들이 자기랑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변한 모습을 보인 것이 지금으로부터 꼭 한달 전쯤이다. 아이는 속 시원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었던 K씨는 마침내 학교폭력 상담기관인 ‘청예단 상담센터’에 오늘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아이가 피해사실을 표현해야 어떤 해결책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어머니께 전달하며 아이를 달래고 추궁해서라도 아이가 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시도해 보실 것을 당부했다. 그래야 정확한 정황 파악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해결방법이 세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구타, 괴롭힘 등 학교폭력을 당했더라도 누구에게든 쉽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실제 피해 아이의 40%가 아무에게도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오차범위까지 고려한다면 이 수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A학생이 자신의 엄마에게 피해당한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고 ‘전학’등 우회적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이가 선뜻 피해사실을 말 못하는 경우는 무엇보다 자신이 피해사실을 알렸을 때 자신의 보호 및 적절한 문제해결에 대한 믿음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가해학생들의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협박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다. ‘전학’ 등 우회적인 방법도 사실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여러 상담사례를 통해 접하고 있다.


 

이정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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