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수업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으로 졸속 교원평가방안을 금년부터 시범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현행 근무평정제도를 별도로 둔 채, 자율 실시중인 공개수업을 모든 교사에게 의무적으로 확대해 교장, 교감, 동료교사는 물론 이를 학생, 학부모가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총은 “보여주기식 공개수업은 평가제의 이원화에 따른 갈등과 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생활지도 경시 및 수업의 획일화 조장 등 교육활동을 왜곡시켜 학생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강조한 뒤 “현재의 근무평정제도를 개선하는 등 실효성 있는 평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근무평정제도 개선=우선 교원직무분석을 바탕으로 직무와 관련된 평가항목과 내용을 조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근평을 구체화․세분화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강제할당식 상대평가에 절대평가방식을 가미해 평가 분포 비율 및 단계에 일부분 융통성을 줌으로써 교원 간 지나친 점수경쟁을 막자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국교육개발원, 전교조가 최근 실시한 교원 설문결과, 교사의 60%가 현행 근평을 수정․보완하는 데 손을 든 것과 괘를 같이 하는 대목이다.
또 교장, 교감만의 평가가 아닌 선임 또는 자격을 갖춘 동료 교사가 참여하는 다면평가 도입도 제시했다. 학년별, 교과별 추천 교사나 교원자격체계 개편에 따른 수석교사, 선임교사로 하여금 평가에 참여하게 하고 그 결과를 일정 비율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또 평가결과는 본인에게 통보할 것을 주장했다. 선진 외국 대부분이 도입 중인 모델이다.
교총은 학생, 학부모가 직접 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교육활동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교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해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조사해 수업개선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근평제의 자기평가서에 기술하자고 제안했다. 교육부가 제안한 교장평가는 학교평가로 대체할 것을 주문했다.
▲교과․학년별 장학 강화=교총은 수업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부가 제시하는 공개수업 대신 교과별, 학년별 장학협의회를 활성화하고 이와 연계된 집단평가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각 협의회가 매 학기 초 교육활동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학기 중 수업개선 토론회, 공개수업 및 자체평가를 활발히 진행한 후, 학년 말에 협의회별로 장학평가회를 열어 목표 이행도, 성과, 미진사항을 가려내고 개선과제를 도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장학평가보고서’로 작성해 학운위에 보고하고 학생, 학부모에게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교총은 “섣부른 수업평가는 오히려 활성화 되어 가는 교내 장학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평가보다 투자하라=교총은 교원의 전문성 제고와 수업 질 향상을 바란다면 기본적인 교육투자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이 전문성을 발휘할 것을 바라기에는 너무도 부끄러운(OECD 최하위 수준인) 교육여건은 그대로 둔 채, 평가만 하면 수업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며 교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는 지적이다.
교총은 우선 현재 90%를 밑돌고 있는 교원법정정원을 조속히 100% 확보하고 최소한의 교재연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업시수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정정원확보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2004년 교사 1인당 주당수업시수는 2003년보다 1시간 늘어난 초등 26.1시간, 중학 20.5시간, 고교 17.4시간으로 나타났다. 교총은 초등 20, 중학 18, 고교 16시간의 수업시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교사로서 관리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수업 연구와 동료장학을 주임무로 하는 ‘수석교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원의 지속적인 능력개발을 위해 국가책임교원연수체제를 확립하고 대통령 공약사항인 교육재정 GDP 6% 확보계획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