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개 역사 관련 학회가 모인 역사연구단체협의회는 23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육의 파행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국사와 세계사를 사회교과 속에 편입시켜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회교사에게 이를 담당케 함으로써 교육의 전문성을 유린해온 데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연구단체협의회는 “중학교 국사의 40% 이상을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교사가 가르치고, 세계사를 가르치는 교사 중 역사전공자는 불과 20% 내외에 지나지 않으며, 심지어 남아도는 교사의 수급을 조절한다는 명분으로 교련 실업 제2외국어 교사에게도 형식적인 연수를 거쳐 공통사회 교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면서 “고등학교에도 역사를 전공하지 않는 교사들이 국사나 세계사를 가르치는 일은 쉽게 눈에 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교육과정 개편에서 '역사'를 사회교과 안의 한 '과목'으로 독립시켜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최근 발표했지만 이런 형식으로는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결코 살릴 수 없다“며 ”역사를 '교과'로 독립시켜야만 역사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협의회는 ▲사회교사에게 역사교육을 맡기는 무책임한 행정편의주의를 버리고, 역사를 전공한 교사가 역사를 가르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확립하고 역사전공 교사를 연차적으로 확보할 것 ▲새로운 교과서와 교재의 개발, 역사교사 연수기회의 확대 등 역사교육 내용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각종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역사연구단체협의회에는 고구려연구회, 단군학회, 역사교육학회, 한국사연구회 등의 학회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로, 김도형 연세대 교수(한국사연구회 회장), 오종록 성신여대 교수(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역사교육연구회 회장), 조병한 서강대 교수(동양사학회 회장), 최갑수 서울대 교수(한국서양사학회 회장)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