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가 친구를 때렸는데 운이 없었던지 코뼈가 부러졌어요. 피해자 부모님이 오백만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며 합의하자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아이 장래를 위해서도 빨리 합의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입장이고, 피해자 엄마가 교무실에서 우리 아이를 구타한 사실 때문에 아이가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평소 남을 때리고 피해주는 아이가 아닌데 한번 때린 것으로 이렇게까지 상처를 받아야하는지요?”
학교폭력법 시행과 자진신고기간의 여파로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들의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피해자 측의 강력하고, 때론 과한 요청 때문에 가해자부모가 상담을 해오는 경우이다.
피해자부모는 다치고 멍든 아이를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테고, 정신적인 충격까지 보상받으려면 얼마를 요구해도 부족할 듯한 심정이다. 게다가 가해학생을 발견하면 그냥 두고 싶지 않다. 맞은 아이 대신 때려서라도 분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다.
반면, 가해자의 부모는 우선 아이들 크면서 싸울 수도 있다는 인식이 전반적이다. ‘우리 아이도 피해를 당할 때가 있었고 이번엔 피해를 좀 주게 되었다’는 정도이다. 물론 다친 아이 부모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요즘 학교폭력 단속을 강력하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 법적인 조치가 내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다.
학교폭력 발생시 해결과정의 초점은 아이들에게 가야한다. 아이들이 사고를 극복하고 서로 화해하고 다시 극정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그래서 다른 문제로 확대되지 않고 (예컨대 따돌림 피해 등) 학교에 잘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감정부터 자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학교로 찾아가 아이들이 보는 가운데서 가해학생을 폭행하는 일 등은 학교폭력 피해상황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오히려 자녀에게 누가 된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은 어느 편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두 학부모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현실적인 상황을 이해하도록 설득, 두 학부모가 합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일 것이다. 학부모가 합의하도록 다리 역할을 해 주는 것과 학부모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임재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