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로 자신의 불안을 감소시킴
과도하게 사용하면 정서장애로 발전
여우가 길을 가다가 포도를 발견했습니다. 포도는 넝쿨 위쪽에 달려 있었습니다. 여우는 포도를 따기 위해 수십 번의 시도를 했지만 결국 따지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여우는 포기하고 길을 가면서 중얼거립니다. ‘아마 저건 신 포도일거야.’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서라도 목표한 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의 시도로 포기하고 마는 여우를 본받지 말고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라”며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격려해 왔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우라면 이솝 우화에서 아주 영리한 동물로 묘사됩니다. 여우가 포도를 따지 못했다면 어느 누구도 따지 못했을 겁니다. 먹고는 싶은데 따지 못한다면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더구나 여우와 같이 영리하다면 그 좌절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는 길을 가면서 ‘저건 신 포도일 거야.’라고 중얼거립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따봐야 시기 때문에 먹을 수도 없는 것, 뭣하러 따느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포도를 따지 못한 데 대한 스트레스는 경험하지 않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바라는 욕구가 있으나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문제중심적 대처와 정서중심적 대처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문제중심적 대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하는 것인데,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단호히 밀고나갈 수도 있고(직면), 목표를 수정할 수도 있으며(타협), 아니면 투쟁을 그만두거나 패배를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다른 방법들이 먹혀들지 않으면 ‘퇴각’은 현실적인 대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서중심적 대처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스트레스 상황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서중심적 대처에는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① 억압(보기 싫은 사람과의 약속이 생각나지 않는 것) ② 부인(인정하지 않는 것) ③ 합리화(여우와 신포도), ④ 주지화(‘법대로 합시다’식으로 감정을 차단) ⑤ 반동형성(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는 것) ⑥ 투사(잘 되면 자기 탓, 못되면 조상 탓), ⑦ 치환(동대문에서 뺨 맞고 남대문에서 화풀이하는 것) ⑧ 승화(공격충동을 스포츠를 통해 푸는 것) ⑨ 동일시(선생님의 말투를 흉내 내는 학생)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키고 자아를 보호하려는 수단입니다. 방어기제는 대개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문제중심적 대처보다 훌륭한 대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방어기제를 사용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또 방어기제는 사실을 왜곡하고 자기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고통스런 상황을 순간적이나마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기에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방어기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학생에게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서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