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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23) 鄕老人

서당 훈장은 마을문화와 도덕을 관장

굿모닝 미스 더브


‘굿모닝 미스 더브’라는 영화 생각이 난다. 미국의 한 소도시에 있었던 실화를 영화화한 것으로 평생을 늙도록 그 소도시에서 교편을 잡아온 노처녀 미스 더브 이야기다. 따라서 그 고을 시장도 서장도 교통순경도 야채장수도 그리고 감옥에 갇힌 죄수도 그의 제자 아닌 시민이 없다. 길가다 어떤 집의 유리창이 더러워져 있으면 불러내어 유리를 닦게하고 정원에 꽃모가 시들고 있으면 초인종 눌러 물을 주게하고 간다.


이처럼 모든 시민의 시어머니이기도 하다. 누군가 유치장에 갇히면 찾아가 훈방을 시켰으며 미스 더브가 앓아누으면 병문안으로 온도시가 철시를 하고 교회 마당에서 쾌유기도를 한다. 건널목을 건널때면, 그녀의 제자인 교통순경은 모든 차를 정지시켜 이 미스 더브의 통행을 터놓는다. 그럼 멎은 차들은 경적으로 이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하곤했다. 이처럼 그녀는 그 도시에서 법위에 있는 카리스마적 존재였다.


우리 옛 향촌에도 미스 더브같은 鄕老人(향노인)이 있었다. 평생 그 마을에서 서당 훈장으로 늙은 선생에 대한 경칭이다. 각종 제사에 축문을 써주고 이사할 날이나 장담그는 날들 택일을 해주는 등 촌락의 문화적 기능을 대행할뿐 아니라, 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게을리 한다던가 동네 어른이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데 거들지 않았다던가 하면 불러다가 길바닥에 세워두는 등의 응징을 하는 도덕적 측면도 다스렸다.


싸움이 붙으면 관에 가기전에 향노인의 중재로 거의 해결하는것이 관례요 미덕이었다. 그러했기로 길가다 향노인을 만나면 짐을 내리고 말을 내려 먼 발치에서 머리 숙여 지나가는것을 기다려야했다.

퇴색한 師表이상


또 향노인은 지방자치 규약이랄 향약(鄕約)을 집행하는 법관이기도 했다. 옛날 향약은 그 마을을 도덕적으로 상부상조하며 평화롭게 유지하는 많은 규약을 정해놓고 이를 어기면 가하는 벌칙을 정해놓았다. 강상중하벌로 대별하고 상벌을 다시 상중하로 세분하여 벌을 아홉가름했다.


한 마을에 불이난 집이 있으면 달려가 불을 끄고 끈 다음에는 통 나무 한그루와 짚 이엉 한다발씩 들고가 집을 짓는 사역에 종사해야한다. 한데 불 끌때는 참여하고 집짓는 사역을 게을리한 사람이 있으면 향노인에게 그 벌을 정해주십사하고 고발을 한다. 그럼 중하벌이니 중상벌이니 판결을 하고 그 벌로써 사람 많이 나다니는 큰 길가에 하루 종일 서있도록 한다던가 동네 매를 몇대 맞게한다. 대단한 위엄과 권위를 갖춘 훈장의 노후가 아닐수 없다.


선생님의 이상적 좌표 곧 사표란 바로 이런것이요 동서가 다르지않고 고금이 다를것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화 이동사회에서로의 급격한 추이는 이 이상적 사표의 형성 토양을 콘크리트칠해버렸고, 이상은 그 콘크리트 바닥에 꽂힌 생명없는 종이꽃으로 퇴색하고 말았다. 집안에 무서운 어른 한분 만들어두어야 하듯이 마을이나 고을에도 이같은 존경받는분 한분씩 모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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