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세력을 대변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후쇼사출판사의 역사·공민교과서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채택되고 있다. 지난 13일 도이치현 오타와라시 교육위원회는 후쇼사판 교과서를 교육위원 전원일치로 채택하는 결의를 했다. 이를 계기로 그 동안 눈치를 보아온 여타 자치단체도 연이어 후쇼사 교과서 채택을 결정할 듯하다.
알려진 것처럼 후쇼사 교과서는 일제 침략을 미화하고 종군 위안부와 조선인 강제 징용 사실을 부정하는 등 과거사를 왜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1년의 경우 이 교과서는 피해국 당사자인 한국이나 중국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0.039%의 채택률에 그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일본 내 못 말리는 우익세력의 적극적인 공세와 정부 국회 등의 암묵적 지원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로 채택률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채택률이 1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교총은 18일,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담은 공한을 일본의 500여 교육위원회 의장단, 문부성 장관, 일교조, 일본 내 유력 언론사, 그리고 EI, UNESCO 등에 보냈다. 교총은 “잘못된 역사관에 근거한 교과서의 채택이 확대 보급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양국의 친선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일본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올바른 역사인식과 국제관계의 이해를 통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해줄 것”을 당부했다.
교총은 특히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교과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즉각적이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잘못된 역사에 대한 대응 원칙은 사실 규명과 인정, 사죄와 보상의 4단계로 이뤄진다. 이 같은 원칙을 준수하는 실례를 우리는 독일의 경우에서 보아 왔다. 그러나 일본만은 오히려 독일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역사의 시계추를 되돌리고 있다.
역사는 살아있는 과거다. 잘 못된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이를 왜곡해 교육하는 일본이란 나라는 정말로 어떤 나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