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많은 논란이 되었던 독일 새 맞춤법이 1일부터 거의 독일 전역에 도입되었다. 그렇지만 새 맞춤법을 완전히 도입하는 주는 독일 16개 연방주 중 14개 주뿐이다.
독일인구 8000만 중 3300만이 거주하고, 보수당인 기민련이 정권을 잡고있는 바이에른 주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는 개정 맞춤법을 도입하는 것을 미루고, 새 맞춤법과 옛 맞춤법을 혼용하는 과도기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앞으로 교육계와 문화계에 혼란이 계속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예로 독일 사전 출판사인 두덴(Duden)출판사 편집부에는 새 맞춤법에 대한 학부모의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새 맞춤법 관한 역사는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독일어권 언어학자들이 백년 만에 처음으로 맞춤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백년간의 독일어 변천과정을 반영하고 복잡한 맞춤법을 간소화한다는 취지였다. 그후 1996년 7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3국의 언어학자들이 모여 새 맞춤법 개정안에 합의, 서명하고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맞춤법은 1998년부터 각 학교에 도입되어, 7년간의 과도기 기간을 거쳐 2005년 8월에 일제히 사용하기로 했다. 지난 7년간의 과도기 동안에는 각 학교에서 개정 맞춤법으로 수업을 했지만, 학생들이 시험에서 새 맞춤법에 맞추어 쓰지 않고 옛 맞춤법을 써도 학교성적에 반영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맞춤법 개정 추진 당시부터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맞춤법이 오히려 더 원칙이 없고 복잡하다는 점과, 언어의 자연스러운 발전을 무시한 비민주적 개정과정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었다. 이미 1994년 새 맞춤법을 반대하는 이들이 국가가 시민의 어문생활을 규제할 수 없다며 독일 최고 법원인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내었지만, 맞춤법 개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여론 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3분의 2가 새 맞춤법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독일 보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는 지난 2000년부터 옛 맞춤법으로 돌아간 뒤, 계속 옛 맞춤법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작년 슈테판 아우스트 슈피겔 편집장과 악셀 슈피링어 그룹의 마티아스 되프너 사장은 공동성명에서 "국가가 제정한 `독서장애'를 거부하고 옛 맞춤법으로 되돌아가는' 운동을 펼칠 것을 선언했다. 이에 쥐트 도이체차이퉁을 비롯한 대부분의 독일 언론사도 지지의사를 표명했었다. 또한 작년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 전시회를 계기로 독일어권 저명 작가 귄터 그라스, 엘프리드 옐리네크, 한스마그누스 옌첸스베르거 등은 맞춤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었다.
이렇게 맞춤법개정에 대한 논란이 거세어지자, 이 맞춤법 개정이 독일 사전 출판사인 두덴의 경제적 이익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었다.
독일 연방 문화장관은 맞춤법 개정에 따른 이러한 거센 반항에 난감해하고 있다. 이미 3개국이 합의한 일을 돌이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모든 맞춤법 규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독일에서의 논란을 껄끄러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1998년부터 학생들이 새 맞춤법으로 독일어를 배웠으며, 교과서, 소프트웨어 개발, 교사 교육 등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시행이 준비 되어왔다. 개정안이 공포된 후 교과서와 청소년 도서는 모두, 일반서적 은 70-80%, 문예물은 50%가 넘게 새 맞춤법을 따라 출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 주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가 새 맞춤법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 맞춤법 개정이 실패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애초 정해졌던 많은 새로운 규칙들을 옛 맞춤법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점과 타협점을 찾고 있다. 또한 새 맞춤법의 미비점을 계속 고쳐 나갈 것이라고 한다. 독일의 이번 맞춤법개정과정과 논란은 언어는 서서히 변천해 가는 것이며 맞춤법은 이를 뒤따라 반영하는 것이지 문화관료주의가 국민의 언어생활을 규제하는 것에는 많은 부작용이 뒤따른 다는 예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