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에 형성된 인격 평생지속
선생님만이 가진 교육의 위력
흔히들 아이들의 도덕적 기틀은 아버지가 기르고 인간적 품성은 어머니가 기른다고 한다. 곧 자잘못을 자르고 맺는 부성원리(父性原理)와 자잘못을 초월해서 감싸고 보는 모성원리(母性原理)가 아이들의 인간이나 인격형성의 기틀이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이 두 원리가 이상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부모가 무지해서 방임할 수밖에 없었고, 근대사회에서는 너무 바빠서 방임돼 왔으며, 현대사회에서는 과보호나 수험지상주의 때문에 이 두 원리가 좌절되는 것이 상식이다.
이 인간 인격형성의 임무가 맡겨진 것이 바로 선생님이다. 따라서 선생에게 아이들이 맡겨진다는 것은 마치 점토(粘土)공작을 위해 그 소재가 맡겨진 것과 같은 것이다. 그 무형의 원료를 어떻게 주물고 매만져 조형을 하는가가 선생에게 맡겨진 셈이다.
뇌세포의 전두엽(前頭葉)이 형성되거나 굳어지기 전에 입력되고 잡혀진 기틀은 그 자잘못을 초월해서 죽을때까지 영속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나는 어릴적 서당에 다니면서 잡혀진 심정의 기틀 하나를 절감하고 살아왔다.
천자문 57행이 화인악적(禍因惡積)이고 58행이 복연선경(福緣善慶)이다. 화-곧 불행은 악업-곧 나쁜 짓을 자주하므로써 일어나고 복-곧 좋은 일은 선행-곧 좋은 짓을 자주하므로써 얻어진다는 뜻이다. 그때 서당 선생이 해준 이야기가 평생 잊혀지지않고 있다. 중국의 옛 임금이 임금으로써 도를 저버리고 사치를 쫓으며 나쁜 짓을 골라했다.
요리인이 곰발바닥을 굽는데 먹고싶은 것을 못 참아 빨리 굽지못한다고 그 자리에서 죽였으니 나쁜 짓이요 조상을 모시는 제사날에 궁녀들을 벌거벗겨 춤을 추게했으니 나쁜 짓이다. 이 임금은 그 인연으로 신하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훈장의 설명이었다.
이어 옛날 삼국지의 오나라 임금의 아버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이를 심어 익었는데 지나가던 세 사람이 살만한 돈이 없는데 하나 줄 수 없소했다. 이에 원두막에 정중히 불러앉혀 오이를 따받치고 식사까지 대접했다. 이 세사람이 떠나면서 답례로 묘자리를 잡아주고 세마리 학이 되어 날아갔다. 그 묘자리에 부모를 장사지낸 것이 발복하여 그의 아들이 오나라를 세운 손견(孫堅)이요 손자가 손권(孫權)으로 대대로 임금이 됐다는 것이다.
그후 서당에서 놀다가 벌을 쏘이면 훈장은 ‘너이놈 물건너오다 원두막 지나오면서 오이 훔칠 생각을 했었지’하고 벌쏘인 인과를 예상, 악행에 결부시키곤 했다. 이렇게 어릴적에 틀이 형성된 인과의 그릇을 깬다는 것은 아무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와 확신이 섰더라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늙막에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위력이 바로 교육의 힘이요 그 힘을 누린 이가 스승이다. 그래서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아무리 나라가 다르더라도 변함없는 것이 스승의 힘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