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상담은 방학 중 뜸하다가 개학 무렵이 다가오면 점차 증가해 학기초인 3,4월에는 1년 중 상담건수가 최대치에 이른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2005년 상반기(1~6월) 학교폭력 상담통계를 통해 학교폭력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자.
학교폭력 상담의 99%는 피해자 관련 상담이 차지한다. 3월에 이렇게 급증한 상담건수는 보통 4~6월까지 약간 낮거나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는데 올해 5월(422건)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3월(427건)과 거의 같은 수치가 기록되기도 했다.
상담실에 의뢰된 학교폭력 관련 대상자(학부모 상담 등 포함)를 살펴보면, 남학생(54.7%)이 여학생(45.3%)보다 다소 많았고 연령별로는 중학생(44.2%), 초등학생(37.1%), 고등학생(18.7%)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반적인 통계와 달리 따돌림, 언어폭력의 경우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상담이 더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체폭행과 금품갈취의 경우 남학생 및 중학생, 고등학생의 상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따돌림(30%)과 신체폭행(31.9%)이 가장 빈번한 상담사례였다. 폭력유형은 상담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를 나타내는데 청소년 내담자가 주를 이루는 사이버상담은 ‘따돌림’이, 전화상담에서는 ‘신체폭행’ 유형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피해자들이 상담의뢰 전 피해에 노출된 시기로는 ‘일회성’과 ‘3개월 이내’가 각각 2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년 이상’이 23%로 거의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직후나 3개월 이내 등 대부분 빠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는 반가운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1년 이상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는 문제도 꽤 많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피해장소의 경우, 2002~2004년 통계내용과 동일하게 ‘학교내’(61%)가 교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가해자로는 ‘동급생, 선배, 기타’ 항목 중 동급생이 62%로 선배(11%), 기타(24%)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렇듯 피해학생들이 학교에서, 동급생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은 교사들을 비롯해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접하는 교사만의 책임이 아니라 친구들 상호간의 관계, 가정과 지역사회 분위기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통해 발생한다. 책임 소재를 떠나서 교사, 지역사회 인사, 청소년 전문가들은 자신의 활동 영역 안에서 모두가 역할을 다하고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상담실을 찾는 피해자들이 현재 아무리 큰 어려움과 좌절 속에 있더라도 지금보다 한 단계 나은 곳으로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사든 상담자든 지역사회 인사든, 학교폭력 해결과 관련된 사람들은 따듯한 시선으로 그들을 믿고 있는 힘껏 손을 뻗어줘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의 손이 모일 때 학교폭력 문제는 점차 사라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
이 정 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