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학교교육 프로그램에까지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요. 하지만 내년은 장담할 수 없죠.”
부산 T중학교의 o 교사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다른 시는 시 조례를 제정해 지방세에서 '따로' 차입금을 들일 수 있도록 한 곳도 많지만 부산은 그런 조례가 없어 더욱 예산이 부족해요. 학교 규모가 큰(21학급 이상) 학교는 일반경상비 20%가 내년엔 감축될 예정이라고 하니 올해까진 어떻게 버텼다 해도 내년엔 교육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학부모에게 찬조금이라도 걷어야 할까요? 그럼 또 불법 찬조금이라고 언론이 들고 일어나겠죠?”
경기도 시흥의 J초등교. 2003년 ‘교과별 교수학습도움센터 중심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는 2003년에는 400만원, 2004년에는 1000만원을 교육청에서 지원받았으나 올해는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이 학교 o 교장은 “참가교사 25명이 승진가산점 혜택도 그렇지만 2년간 해온 ‘교과별 교수학습도움센터 중심학교’를 포기할 수 없었다”며 “무리해서 학교자체 예산 1000만원을 확보해 수업 공개 보고회를 하는 등 중심학교 활동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산 Y초와 S중의 경우는 학교 예산 미확보로 3년차 지정교를 포기했다. S중 연구부장 교사는 “예산 때문에 ‘중학교 2학년 사회 교수학습도움센터 중심학교’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2004년 초등 51교, 중학 30교, 고교 11교로 총 92개교였던 ‘교과별 교수학습도움센터 중심학교’는 올해 초등 46교, 중학 24교, 고교 9교 등으로 줄어들었다. 13개교(14%)가 자체 예산 미확보로 지정교 신청을 ‘자진 철회’했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지정 ‘평생교육시범학교’인 전북김제 Y초등교의 경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학교 o 교감은 “시범학교의 별도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400여 만 원의 운영비를 학교운영비 중 학교문집 발간비 등에서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그 여파로 연 2회 발간되던 학교신문은 발간이 취소됐고 연 1회 발간하던 문집도 발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o 교감은 “문집이나 학교신문이 정규 교육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을 위한 중요한 교육활동의 하나인 만큼 없어져서는 안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학생 수영교육은 물론 지역민 및 학부모 대상 수영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전남의 K초등교는 학교수영장 운영을 중단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 학교 ㄱ 체육교사는 “수영장 운영에 필요한 소요 예산이 연간 2000여 만 원인데 예산이 1500만원밖에 확보되지 않아 교육청 추경에 예산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ㄱ 교사는 “수온 유지· 보일러 가동을 위한 유류가격마저 인상돼 내년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 같다”면서 “우리학교를 졸업한 학생 전원이 수영을 배우고 나간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수영장 운영을 못하게 돼 전통이 깨지게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과 소진형 장학사는 “시도별로 형편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연구시범학교의 예산지원 감축은 내년 역시 불가피하지만 학교교육프로그램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조절하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청의 어정쩡한 답변보다 부산 D중학교 ㅅ 교사의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십시오. 학교 운영의 '하드웨어'인 재정이 올해 이미 꽁꽁 묶였고 내년에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건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인데, '소프트웨어'인 교육프로그램이 어떻게 이상 없이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