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교원평가 시범 실시가 실망스런 모양새로 출발되었다. 온 나라가 시끄럽고, 교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초적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가 ‘합의 후 실시’라는 협의체의 기본적 신뢰를 깨고 졸속적으로 강행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배경이 없다면 굳이 수능시험 보름 전, 방학 한달 여를 남기고 무리하게 강행할 까닭이 뭔가?
교육부가 열흘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합의를 종용한데서부터 불씨를 안고 있었다. 교육부가 5월에 발표한 당초의 교원평가 방안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를 구성한 것이 6월 24일이다. 그러나 4개월여 동안 교원평가 방안에 대한 논의는 고작 열흘 남짓했다. 두 달은 부적격교원 대책으로 보내고, 두 달은 학부모단체의 탈퇴를 핑계로 협의회를 공전시키다가 10월 24일에야 재개하면서 ‘10월 31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11월 1일에 강행 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대목에서 교육부가 과연 합의시행에 뜻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10월 25일에 각 단체가 제안한 시범운영 방안이 회의 자료로 정리돼 나왔고, 내용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11월 1일과 3일 단 두 차례였다. 이틀간의 회의에서 한 때 각 단체 간 기본골격에 상당한 접근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교육부가 공전시킨 두 달이란 시간이 참으로 아쉽다.
교육부는 사전에 현장 교원들의 불신과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과 설명에도 소홀했다. 교원들은 교원평가가 교원 통제와 구조조정의 수단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교육부실의 책임을 교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불만도 강하다. 그렇다면 부총리가 사흘에 한번 씩 서한을 보내서라도 교원들을 이해시켜야 했다. 과중한 수업과 업무부담, 정원에 3만5천명이나 모자라는 교원 부족 등 열악한 교육여건에 대한 확실한 개선 의지를 보여줬어야 했다. 자존심을 먹고 사는 교원들을 옥죄기만 할 것이 아니라 평가를 받아들일 명분을 줘야한다.
교원평가만 하면 공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처럼 여론몰이를 한다고 학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