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질시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40만 교육자들이 그래도 의지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은 오직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그런데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국가 기관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최근의 심정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모든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교육재정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노대통령은 후보시절 ‘교육재정 GDP 6% 확보’라고 약속했고, 틀림없이 이행할 것으로 믿고 있었던 교육자들은 국정감사장에서 변양균 예산처 장관의 한 마디에 그만 기가 꺾이고 말았다.
“GDP 6%는 정부 예산의 40%로 정부예산을 다 쓰라는 것이므로 실천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이유 없이 확보를 포기하겠다는 말이었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가 있고, 교육 예산이 양쪽 모두에 포함이 된다는 기본 상식도 없이 발표를 하였다는 말이 된다. 이런 발표에 대해 여당 의원까지도 힐책을 할 만큼 엉터리 숫자놀음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정말 무책임하고 볼썽사나운 실책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7차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 너무 힘들어하는 현장을 알고 있는 것인가. 7차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특별실은 적어도 한 학교에 4개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 한 개 교실도 여유 교실이 없어서 교무실까지 내어주는 학교도 있는 게 현실이다.
공교육을 위한 국민소득 6% 투자는 당장 우리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그것이 바로 그들이 가장 아끼고 걱정하는 자녀들에게 쓰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큰 부담이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자녀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투자하는 교육예산은 그렇게 아까운 일이 아니다.
우리 교육이 당장 거덜 나는 것처럼 급한 눈으로 바라보고 공교육을 불신하고 매도하는 학부모나 일부 언론, 그리고 그런 부실한 교육을 바로 잡고 일으켜 세우기 위한 예산을 투여하는 것에는 인색한 예산정책담당자들이 있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적어도 우리 민족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일이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우선 열악한 교육 현장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 투자가 국가 장래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 우리 교육은 살아 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