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규범적인 형식이 없는 갈래이다. 그러므로 어떤 형식이든 빌어다 쓸 수 있으며 필자 나름대로 자유로이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반면, 글 전체의 긴장과 밀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특성 탓인지, 필자가 같아도 작품 간에 완성도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부 작품보다 전체 작품, 나아가 필자 위주로 선정하고자 하였다.
먼저 역량이 엿보이는 필자들을 뽑은 뒤, 집중적으로 그분들의 작품을 돌려 읽고 논의하였다. 그 결과 세 필자(「눈길」의 곽흥렬, 「선유도」의 강기석, 「부모 개구리의 망각증」의 서태수)가 마지막에 남았다. 「눈길」의 필자는 삶을 찬찬히 관찰하고 사색하는 자세가 호감을 준다. 글의 짜임새가 약하고 마무리 부분에서 작위성이 느껴져 균형이 흔들리는 게 아쉽다. 「선유도」의 필자는 말을 깎고 다듬는 노력이 흡사 시인과도 같다. 수필에서도 그런 노력은 필요하겠으나, 독자가 체험 내용에 젖어들기 전에 말이 먼저 튀어 오르지는 않게 조절함이 좋을 듯하다. 「부모 개구리의 망각증」의 필자는 체험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역량과 태도를 지니고 있다. 대상을 바라보는 섬세하고 균형 잡힌 시각도 장점이다. 그래서 표현이 다소 거친 데가 있지만 당선작으로 뽑는다. 공적(公的)인 제재를 논리 위주로 다루는 이른바 중수필이 드물었다. 이 문학상이 체험의 표현에서 나아가 바람직한 세상을 열어가는 모색과 훈련의 마당이 되기 위해, 좀 더 다양한 수필들이 모였으면 한다.
<심사위원>
윤재근(한양대 명예교수) 현길언(한양대 대우교수) 최시한(숙명여대 국어국문학 전공 교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