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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희정이의 미소

학기초 출근할 때 항상 교실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내가 교실에 들어서면 그때서야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 것이었다.

“희정아, 선생님 기다리지 말고 자리에 들어가서 앉아 있어” 하고 얘기를 해도 얼굴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아이의 얼굴은 세수라고는 전혀 하지 않은 얼굴이었고 옷은 여기저기 얼룩이 묻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 아이 곁에만 가면 쾨쾨한 냄새가 났다.

알고 보니 아이들이 희정이가 냄새가 난다며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반 아이들을 단단히 혼내주고 희정이에게 ‘세수하고 오겠다’는 약속을 하게 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는 얌전히 앉아 있는 희정이를 칭찬해주곤 했다. 아이들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칭찬스티커를 받는 희정이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한 달 후 국어수업시간에 숙제 검사를 할 때 “희정이도 검사 맡아야지?” 했더니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2학기가 되자 전혀 자리를 떠나지 않던 희정이가 친구들 곁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수는 하고 왔지만 여전히 냄새가 났기 때문에 아이들과는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주위만 뱅뱅 돌 뿐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토요일에는 목욕하고 오기, 평일에는 머리 감고 세수하고 오기’ 약속을 했다.

학급에서 역할극을 하는 날, 모든 아이들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소품으로 연극을 했다. 희정이네 팀 차례가 됐을 때, 여전히 희정이는 잠시 뒤에서 머뭇거렸지만 모든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서 연극을 마쳤다. 반 아이들은 “와, 희정이 대단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때 희정이는 자랑스러워하는 눈빛과 함께 얼굴에는 미소가 한껏 감돌았다.

‘희정아, 앞으로도 그렇게 자신감을 가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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