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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은혜 갚은 반창고

“올해 국토순례는 철원의 제2땅굴입니다. 오늘 중으로 신청하세요.”
교육회 담당자의 안내가 있은 며칠 후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우리 학교 교직원들은 땅굴행 대절버스를 타고 자연이 잘 보호된 비무장지대 목적지에 닿았다.

땅굴을 보는 순간, 이념이란 것이 이렇게 사람들을 수십 년을 갈라놓는구나 생각하며 통일의 필요를 절실하게 느꼈다. 땅굴을 본 뒤 월정역으로 갔다. 녹슨 기찻길과 기차 등 이것저것 둘러본 후 점심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펴놓고 둘러앉고 있을 때였다.

“아, 아야!”
교장선생님이 갑자기 체면도 잊으신 듯 소리를 질렀다. 잔디 사이에 있는 그루터기를 미쳐 못보고 털썩 앉다가 엉덩이를 찔린 것이다. 바지가 기역자로 찢어져 하얀 속옷이 보이니 일어날 수도 없었다. 학교를 벗어난 해방감에 누가 실과 바늘을 가져왔을 리도 없었다.

순간, ‘반창고라도 있으면 임시로 바지를 붙여도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기사에게 반창고와 소독약이 있는지 물었지만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때 문득 내 지갑에 반창고가 하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전쯤 직원 승용차로 출근을 하고 내리다 차 문에 새끼손가락을 찧어 피가 난 일이 있었다. 그러자 그분이 반창고를 사다 붙여주며 나머지는 두고 쓰라고 해서 한 개를 지갑에 넣어두었던 기억이 난 것이다.

얼른 지갑을 열어보니 마침 넓은 1회용 반창고가 하나 있었다. 대책 없이 앉았던 일행 모두 “와!”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시간 동안 기합을 받는 듯 한 자리에 앉아 계시던 교장선생님은 얼른 화장실에 가서 바지 안에 반창고를 붙이고 돌아오셨고, 우리는 나머지 장소를 계획대로 다 보고 돌아왔다.

그 후 교장선생님은 그 때 참 고마웠다고 몇 번을 말씀하셨다. 작은 일이지만 내 손가락을 치료받았던 사랑을 갚은 듯 기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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